[가슴으로 읽는 한시] 송화

  •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입력 : 2017.04.22 03:08

    송화

    사월이라 송화 피어
    잎마다 노란 색깔

    산바람이 흩어버려
    뜨락 가득 향기롭다.

    술에 섞어 담근다고
    이웃들아 웃지 마라.

    이게 바로 산 늙은이
    노쇠 막는 처방이다.

    松花

    四月松花葉葉黃
    (사월송화엽엽황)

    山風吹散一庭香
    (산풍취산일정향)

    傍人莫怪和新釀
    (방인막괴화신양)

    此是山翁却老方
    (차시산옹각로방)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1496~1568)은 명종 때의 저명한 시인이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음력 사월이면 온 산에 송홧가루 날리는 때 산바람이 송홧가루를 실어다 집 안팎을 노랗게 물들였다. 석천은 그 송화를 털고 거둬서 술을 담글 때 섞었다. 한가롭게 객쩍은 짓 한다며 남들이 비웃을 것도 같지만 무료함도 달랠 겸 송화를 섞어 술을 담갔다. 그 술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송화주(松花酒)다. 독특한 향이 있는 술이나 보릿고개 때 허기를 채우는 음식 구실도 했다. 남들에게는 술꾼의 가당찮은 변명으로 들려도 내게는 무병장수의 오묘한 처방이니 뭐라 하지 마라. 꽃가루 날리기 시작하니 곧 곳곳에서 송홧가루 펄펄 날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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