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 사업가 10년 우정, '영종도 라스베이거스' 열다

    입력 : 2017.04.21 03:11 | 수정 : 2017.04.21 11:05

    [오늘의 세상]

    동북아 첫 카지노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 전필립·사토미 회장 '신뢰의 결실'
    전 회장이 2011년 사업 제안하자 日게임업 대부 사토미 회장 수용

    - 1조3000억원 쏟아부어
    '아트+엔터테인먼트' 시설 표방… 세계적 예술품 2700여점 설치

    - 年 50조 아시아 시장 정조준
    베이징·상하이·홍콩·도쿄 등 13억5000만명이 잠재 고객

    "이곳은 동아시아 관광산업의 일대 거점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손님 많이 불러오겠다."(사토미 하지메 세가사미홀딩스 회장)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관광업계가 어렵지만, 우리는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낼 것이다"(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전필립(왼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사토미 하지메 세가사미홀딩스 회장이 20일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행사에서 나란히 서 있다.
    전필립(왼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사토미 하지메 세가사미홀딩스 회장이 20일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행사에서 나란히 서 있다. /이태경 기자
    한국과 일본의 두 '엔터테인먼트 거물(巨物)'이 동북아시아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를 탄생시켰다. 국내 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 세가사미홀딩스가 인천 영종도에 1조3000억원을 쏟아부어 건설한 '파라다이스시티'가 20일 정식 개장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외에도 대규모 쇼핑 시설과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를 갖춰 가족 단위의 일반 손님도 함께 겨냥하는 리조트를 뜻한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아트테인먼트(예술+오락)'를 내걸고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파라다이스 프루스트 의자' 등 세계적 예술 작품 2700여점을 곳곳에 설치했다.

    전 회장과 함께 투자에 나선 사토미 하지메(里見治) 회장은 일본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1965년 파친코 기기 회사인 '사미'를 설립했다가 한 차례 부도를 겪은 뒤 재기(再起)했고, 2004년 일본 3대 전자게임 기기·소프트웨어 회사였던 '세가'를 인수해 지금의 '세가사미그룹'을 만들었다. 세가사미홀딩스는 그 지주(持株)회사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계가 일본 파친코업계를 주름잡는 상황에서 현지에서 한국인 인맥을 넓혀가던 사토미 회장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 한국 재계(財界) 인사들로부터 전 회장을 소개받은 것이다. 10여년간 쌓아온 우정을 복합리조트로 결실을 맺은 두 사람은 이날 상대방에 대해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사토미 회장은 "우리 두 회사 모두 복합리조트 건설은 처음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전 회장의 강한 의지와 추진력이 큰 힘이 됐다"면서 "(전 회장은) 성격이 진지하면서도 인품이 좋아 그와 파트너를 맺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전 회장도 "사토미 회장에게 진짜 감사하다"고 했다.

    20일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동북아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파라다이스시티’의 카지노장 입구.
    20일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동북아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파라다이스시티’의 카지노장 입구.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Y’자 형인 이 건물의 중심부에 해당한다. 붉은 문을 통과하면 축구장보다 더 넓은 국내 최대 규모(7904㎡) 카지노장이 나온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의‘파라다이스 프루스트 의자’등 세계적 예술 작품 2700여점이 리조트 곳곳에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은 2011년의 일이었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인천공항 앞 부지에 대한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면서 전 회장이 사토미 회장에게 먼저 제안했다. 사토미 회장 입장에서는 이 사업이 카지노 설립·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세가사미는 파친코·슬롯머신과 그 소프트웨어 제작만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경제 성장에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며 카지노 설치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세가사미도 일본 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사토미 회장도 "우리 입장에서도 복합리조트가 앞으로의 사업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사토미 회장은 사업 막바지에 수시로 인천을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솔직히 내 기대를 넘어서는 최고의 시설로 완성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사업이 한창 정점으로 치달을 시기 한·일 양국이 정치·역사 문제로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됐을 때도 양국을 오가며 신뢰를 이어갔다. 2014~15년 중국의 반(反)부패 정책으로 휘청거렸던 아시아 카지노 시장은 최근 빠르게 회복 중이다. 마카오의 카지노 리조트들이 복합리조트로 변신을 통해 가족 단위 중산층 관광객을 집중적으로 유치하면서, 매출이 다시 급등하는 것이다. 아시아 카지노 시장 규모는 연간 5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입지가 베이징·상하이·도쿄 등 인접 국가의 주요 도시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이내 거리에 있으며, 홍콩·대만 등과는 약 4시간 거리다. 해당 범위 내 인구는 약 13억5000만명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이날 먼저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메인 호텔, 컨벤션센터를 열었고, 2018년 상반기 부티크호텔과 쇼핑시설, 스파, 클럽 등을 2차로 개장한다. 카지노 이외 시설은 내국인에게도 개방된다. 전 회장은 "파라다이스시티는 한류 대표 관광지(K-style destination)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의 사드 여파는 두 사람 모두에게 숙제다. 사토미 회장은 "일본 손님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세가사미 본사 직원을 파라다이스시티에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지금까지 한국의 카지노가 수퍼마켓이었다면 파라다이스시티는 백화점이다. 분명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VR 저널리즘 플랫폼 'VR조선'이 20일 개관한 '파라다이스시티'의 구석구석을 360도 영상에 담았습니다. vr.chosun.com이나 모바일앱 'VR조선'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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