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장롱 속 8억' 절도범들 검거… 그런데 돈은?

    입력 : 2017.04.21 03:03

    범행 부인… 6억여원 행방 묘연, 경찰 "출소 후 돈 찾으려는 듯"

    대전의 유명한 맛집 주인인 남모(72)씨는 지난달 13일 밤 집으로 돌아왔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침대 위에 평소 돈다발을 묶을 때 쓰던 고무줄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현금과 귀금속을 보관하던 장롱의 문을 열어봤더니 현금 8억4500만원(5만원권)과 수표 500만원(100만원권 5장), 1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이 없어진 채였다. 사라진 8억6000만원어치 금품은 남씨가 1960년대 말부터 40여 년간 음식점을 운영하며 모아온 전 재산이었다. 현금은 5만원권을 100장씩 고무줄에 묶어 10다발씩 신문지에 싸놓았다고 한다. 남씨는 "돈 모으는 재미로 집에 보관했는데 도둑맞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한 달간 추적 끝에 경남 진주에서 이모(47)씨 등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아 19일 구속했다. 경찰은 남씨가 아들 내외와 사는 아파트의 우유 투입구가 약간 파손된 점을 주목했다. 우유 투입구를 통해 안쪽으로 장비를 넣어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들어가는 수법으로 빈집을 털었던 전과가 있는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범행이 일어난 아파트 단지 주변의 방범용 폐쇄회로TV엔 이씨 등이 훔친 금품을 담은 포대 2개를 나눠 메고 택시에 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경남 진주에 사는 이씨 등이 연고가 없는 대전으로 와서 원정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씨 등은 범죄 사실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씨는 범행 직후 주택 대출 1억3500만원을 모두 5만원권으로 갚고, 아내의 통장에 현금 6000만원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경찰이 돈의 출처를 추궁하자 "도박판에서 딴 돈으로 돈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남씨의 집이 털린 날 오후 7~9시 사이에 이웃집에서 2100만원 상당 금팔지 등 금품이 사라진 것도 이들의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등이 훔친 금품은 총 8억8100만원인데 아직 6억8600만원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은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하더라도 돈의 거처를 비밀로 했다가 출소하고 나서 숨겨둔 돈을 찾아 쓰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법원에서 영장이 나오는 대로 이씨 등의 자택을 압수 수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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