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총 쏜 농협 강도… 2000만원 들고 자전거 도주

    입력 : 2017.04.21 03:03

    경산 자인농협 4분 만에 털어… 자루 던지며 "담아"… 1발 쏴
    "한국말 서툴러"… 외국인 가능성… 경찰, 300만원 걸고 공개 수배

    20일 오전 11시 56분쯤 경북 경산시 남산면 자인농협 하남 지점에 키 175㎝ 안팎 남자가 뒷문으로 뛰어들어 왔다. 파란색 넥워머(방한용 목 감싸개의 일종)를 올려 써 얼굴을 가리고, 옅은 푸른색 모자와 검은색 등산복 차림을 한 이 남자는 권총으로 직원들을 위협하고 창구 여직원에게 검은색 자루를 던지며 "담아"라고 외쳤다. 돈을 담으라는 뜻이었다. 그는 직원들이 휴대전화를 만지자 "핸드폰 (쓰지 마)"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당시 지점에는 남자 직원 1명과 여자 직원 2명만 근무하고 있었고 손님은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규모가 작아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청원경찰은 두지 않고 있다.

    직원들이 창구에 있던 돈을 일부 담는 순간 총성이 울렸다. 범인이 위협하는 뜻으로 총을 한 발 쏜 것이었다. 총알은 컴퓨터 서버 뒤쪽 벽에 박혔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복면 쓴 채 은행 직원에게 총 겨누는 강도 - 20일 총기 강도 사건이 일어난 경산시 농협 하남지점에서 경찰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왼쪽 사진). 범인은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권총을 들고 침입했으며, 직원들을 위협해 자루에 2000만원을 담아 미리 갖다놨던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다(오른쪽 사진).
    복면 쓴 채 은행 직원에게 총 겨누는 강도 - 20일 총기 강도 사건이 일어난 경산시 농협 하남지점에서 경찰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왼쪽 사진). 범인은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권총을 들고 침입했으며, 직원들을 위협해 자루에 2000만원을 담아 미리 갖다놨던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뉴시스

    범인은 직원들을 창구 뒤쪽 벽에 있는 금고에 가두고 문을 잠근 다음 직접 돈을 쓸어 담았다. 그러곤 지점 앞에 세워뒀던 자전거를 타고 사라졌다. 농협 측은 피해액을 2000만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범인이 농협에 들어와 범행을 마치고 도주하기까지는 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범인이 난입한 직후 직원 한 명이 책상 밑에 있는 비상벨을 눌러 사설 경비 업체에 비상 상황임을 알렸다. 경비 업체는 다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범인이) 우리말을 서투르게 했다"는 직원들 말에 따라 용의자가 외국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주변 공단을 수색했다. 이곳 공단에는 섬유 제조 업체 등이 있어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흔하다고 한다.

    경찰은 45구경 탄두와 탄피를 회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탄흔 정밀 감식을 맡겨 권총이 경찰이나 군대에서 쓰는 실총(實銃)인지, 개인이 만든 사제(私製)인지 분석하기로 했다. 탄피엔 일련번호가 있었으며, 미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차리고 폐쇄회로TV를 분석하는 등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30여 분 전부터 한 남성이 농협 주변을 서성였다"는 목격자 말에 따라 범인이 손님이 드문 점심 시간 직전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고 보상금 300만원을 걸고 용의자를 공개 수배했다. 2003년 8월 경기 파주시 교하농협 운정지점에 2인조 강도가 38구경으로 실탄과 공포탄을 쏘면서 1억여원을 훔친 사건 이후 실탄을 발사한 권총 강도 사건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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