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의 역설… 지지표 늘리고 싶은데 '독이 든 사과' 될라

    입력 : 2017.04.21 03:03 | 수정 : 2017.04.21 08:59

    [대선 D-18]

    후보들 "섣불리 시도하면 손해"

    - 안철수, 보수 지지 더 필요한데…
    홍준표 지지율 합치면 선두지만 연대 땐 호남·진보표 이탈 걱정
    아쉬워도 "인위적 단일화 없다"
    캠프, 보수후보 사퇴 가능성 기대

    - 홍준표·유승민, 安과 연대없다는데…
    따로 가면 문재인 당선 확률 커져, 손잡으면 보수 정체성 상실 우려
    일부선 "차라리 민주당이 이기면 보수층은 우리쪽으로 결집" 기대

    과거 대선에서는 선두를 다투는 후보들이 중하위권 후보들과 단일화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후보 간 연대 논의가 초반에는 많이 나오다가 오히려 갈수록 잦아드는 분위기다. 정당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단일화를 통해 표를 더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섣부른 단일화 시도가 불리할 수 있다는 이른바 '단일화의 역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安, 지지율 벌어져도 "연대는 없다"

    여론조사로 보자면 단일화나 연대가 가장 아쉬운 쪽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다소 벌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지지층이 문 후보에 비해 견고하지도 못하다. 하지만 산술적으로 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문 후보를 앞선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 후보로선 보수의 지지를 더 가져오면 승리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당연히 단일화 문제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당 내에서도 '연대파'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론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인위적 단일화는 거부한다. 국민에 의한 단일화만 받아들이겠다"고만 말한다. 그 중요한 이유는 '단일화의 역설' 때문이다. 명분을 떠나서 보수 정당과 연대할 경우 안 후보를 지지하는 호남과 진보층을 중심으로 표가 오히려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클릭'을 통한 보수층 흡수 시도 정도는 용인될 수 있어도 공식적으로 손을 잡는다면 그건 안 된다는 지지자가 많다는 것이다. 안 후보 선대위 김성식 전략본부장은 "지역과 이념을 구분해 무리한 연대로 확장 전략을 쓰는 것은 패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 주변에선 보수 후보들의 중도 사퇴나 조건 없는 지지 선언 쪽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당, "차라리 文 되는 게 낫다"?

    그러나 보수 정당 후보들은 "턱도 없는 얘기"라고 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보수 1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홍 후보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안 후보와의 연대는 어렵다"고 했고, 당 구성원 전반의 생각도 현재로선 그런 쪽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문제다. 한국당에선 내내 '1차 목표는 재집권, 그게 안 되면 2차 목표는 친문(親文) 패권 집권 저지'라고 해왔다. 그를 위해 국민의당이 정권의 일정 지분을 내주는 연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이에 대해 갈수록 선을 진하게 그으면서 한국당 내에서도 "이젠 우리 살 길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우리가 공동 집권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민주당이 되는 게 낫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진보·좌파 성향이 강한 친문(親文) 세력이 집권을 하면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들이 결국은 우리 쪽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다"며 "안철수 정권이 되면 바른정당과 협력하면서 중도·보수 세력들이 그들에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얻는 것 없이 안철수로 후보를 단일화해주느니 차라리 문재인이 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유 후보와 일부 의원 입장이 다르다. 유 후보는 "안 후보, 홍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고 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 유 후보 사퇴를 통한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보수 지지층도 고민

    전통적 보수층의 고민도 크다. 진보·보수 정당이 1대1 구도로 치르는 대선이라면 이들은 당연히 자유한국당 혹은 바른정당 후보를 선택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2명의 옛 야권 후보다. 전략적 선택을 하자면 민주당 문 후보보다 좀 더 중도적인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보수 정당의 위기가 심화된다. 반대로 홍 후보나 유 후보를 선택할 경우 문 후보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보수층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얼마나 작동하느냐"라며 "문 후보와 안 후보 간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와 비교해 정도는 덜하지만 문 후보의 경우에도 단일화 변수가 남아 있긴 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문 후보 측도 "심 후보와의 무리한 단일화 시도는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하고 있다. 선거 승패가 중도층 표심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심 후보와의 단일화는 오히려 외연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이다.


    [인물 정보]
    호남·보수표 사이 안철수 괴롭히는 '박지원 상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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