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떼면 내가 '빙판 위의 메시'

    입력 : 2017.04.21 03:03

    [장애인아이스하키대표팀 에이스 정승환]

    세계선수권대회 3회 '최우수 공격수'
    작은 체구 극복 위해 스피드 훈련 "평창패럴림픽 금메달은 우리 것"

    헬멧을 벗은 정승환.
    헬멧을 벗은 정승환.
    "의족(義足)을 떼면 전 자유로워집니다. 빙판 위에서는 힘이 펄펄 나요."

    20일 세계장애인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A풀(세계 1부 리그 격) 한국과 노르웨이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강릉하키센터. 한국 대표팀의 등번호 14번이 썰매를 타고 질주하자 해외 중계진이 소리쳤다. "14번이 로켓처럼 치고 나옵니다. 엄청난 스피드입니다." 썰매 위에 앉은 그의 오른쪽 무릎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두 손에 든 스틱으로 썰매를 밀며 나가는 이 선수는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에이스 정승환(31)이다.

    아이스하키도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더 낯설다. 하지만 정승환은 장애인 아이스하키에선 세계적인 인물이다. 그는 2009·2012·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차례 '최우수 공격수'에 선정됐다.

    별명은 '로켓처럼 빠르다'는 뜻을 담아 '로켓맨'이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기슬렝 브레이즈 STC 위원장이 직접 붙여줬다. 한국에서 별명은 '빙판 위의 메시'. 축구의 수퍼 스타 리오넬 메시에 빗댔다. "제 키가 167㎝거든요. 메시처럼 키가 작은 것도 똑같다고 동료가 많이 놀려요." 정승환이 웃으면서 말했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정승환이 지난 12일 세계장애인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A풀(POOL·1부리그) 독일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정승환이 지난 12일 세계장애인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A풀(POOL·1부리그) 독일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그는 1986년 전남 신안군의 섬 도초도에서 태어났다. 5세 때 사고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집앞 상하수도 공사장에서 뛰어놀다가 대형 파이프에 다리가 깔렸다. 사고 이후 그는 장애를 숨기기 위해 남 앞에 서기를 꺼렸다. 의족을 보고 묻는 사람들에겐 "그냥 사고로 다쳤다"고 짧게 답했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장애를 떳떳이 밝히기 시작했다. "사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태도도 당당해졌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 권유로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처음에는 경기에 출전하는 다른 선수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의족을 떼서 장애를 드러내야 하고, 많은 사람 앞에 서야 하잖아요."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와 달리 썰매를 타고 경기하며 스틱 2개를 쓰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온몸을 보호 장비로 두르고 보디체킹(몸을 부딪치는 것)이 허용되는 빠르고 거친 스포츠인 점은 똑같다.

    "밖에서 저는 전력 질주도, 거친 운동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빙판 위에서는 다르죠. 저는 누구보다 빠릅니다. 몸을 던져 상대와 겨루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렇게 아이스하키에 매료된 정승환은 작은 체구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한발 더 뛴다'는 생각으로 훈련하면서 지금의 스피드를 갖게 됐다.

    이날 한국은 노르웨이를 3대2로 꺾고 대회 동메달을 차지했다. 정승환은 1골 1어시스트를 올렸다. 이번 대회 7경기에서 6골 4어시스트다. 한국은 내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 "선수들은 늘 '우린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린 '장애인 선수'가 아니라 '대표팀 선수'로 똘똘 뭉쳤습니다. 평창 금메달을 국민 앞에 보여 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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