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죽을 각오로 찍었어요"

    입력 : 2017.04.21 03:03

    '도몬켄 사진상' 받은 양승우 작가, 일본 야쿠자 모습 카메라에 담아

    양승우씨
    /이동휘 특파원
    "심장이 펄펄 뛰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밑바닥 인생을 찾아다니는 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숙명이니까요."

    지난해 사진집 '신주쿠 미아(迷兒)'를 펴낸 뒤 '조폭 사진가'로 유명해진 양승우(51·사진)씨가 20일 일본 사진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도몬켄 사진상'(마이니치신문사 주최)을 받았다. 외국인으론 첫 수상이다. '조폭 사진가'는 다른 사진작가들은 엄두도 못 내는 야쿠자들의 생생한 일상을 사진에 담아 붙여진 별명이다.

    양씨는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동네 건달로 지내다가 서른 살 때 일본에 갔다. 비자를 연장하려고 등록한 도쿄공예대에서 사진의 매력에 빠졌고 20년 넘게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신주쿠 미아'는 도쿄의 환락가에서 활개치는 야쿠자들과 이들을 쫓는 경찰, 유흥업소 여종업원 등의 모습을 담아낸 17년의 대기록이다. 양씨는 도쿄공예대 2학년 때부터 매일 밤 신주쿠를 찾았다. "추운 겨울에 신주쿠 광장에 종이 박스를 깔고 누워 있으면 지나가던 야쿠자나 호스티스들이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며 말을 걸어왔죠."

    이렇게 안면을 텄지만 이들을 촬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몇 년을 같이 지내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사진을 부탁했더니 야쿠자들이 흔쾌히 포즈를 취해줬다. "찍은 사진을 얼른 인화해 가져다줬더니 '사무실에 한번 놀러 오라'고 했어요. 이후 친구가 됐죠." 유흥업소에서 몇 달간 일하며 호스티스와 웨이터의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사진으로는 돈벌이가 안 돼 생활고에 시달렸다. 양씨는 "막노동은 물론 찻잎 수확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5년 전부터는 1년에 2~3개월씩 콩고·오만 등지에서 유전발굴 현장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가난한 사진작가를 10년 넘게 믿고 따라준 아내 히사쓰카 마오(34)씨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도쿄공예대 선배로 만난 마오씨도 사진작가다. 양씨는 "기회가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고 싶다"며 "고향에 남은 친구들과 한국 도시 풍경을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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