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기부했다 140억 세금' 황필상씨 세금 안내도 된다

    입력 : 2017.04.21 03:13

    "선의 주식기부에 과세는 부당" 대법원, 원심 파기환송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대표
    /연합뉴스
    평생 모은 재산을 주식(株式) 형태로 장학 재단에 기부했다가 기부액보다 더 많은 증여세 225억원 폭탄을 맞은 황필상(70·사진)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20일 대법원 재판에서 이겨 세금을 안 내도 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황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세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본 2심이 법을 잘못 해석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산 세습이나 세금 회피 목적과 무관한 '선의의 주식 기부'에는 과세할 수 없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다.

    이 사건은 기업의 대주주가 공익 법인(재단)에 주식을 기부할 때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리도록 한 상속증여세법 조항을 근거로 2008년 9월 수원세무서가 구원장학재단에 증여세 140억여원을 부과하면서 불거졌다. 황씨는 2003년 수원교차로 지분 90%(당시 평가액 180억)를 재단에 기부했는데, 소송이 7년 넘게 진행되면서 세금은 무려 225억원으로 불어났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기부자가 해당 공익 재단의 정관 작성이나 이사 선임 등 설립 과정에 실질적 영향력까지 행사할 때만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법령의 (입법) 취지는 공익 재단을 다른 법인의 지배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그런 사정이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은 채 과세한다면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이나 조세 법률주의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세금을 물린다면 '선의의 기부'를 회사 지배 수단으로 낙인찍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세 처분도 법치국가적 한계를 준수할 때만 비로소 용인될 수 있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선의의 기부를 장려할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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