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선 1100명이 아이 함께 키운다

    입력 : 2017.04.21 03:03

    [공동 육아 모임 102개 전국 최대… 인터넷 통해 교류]

    바우뫼로파파스·손주사랑 등 꽃심기 등 주제 정해 함께 활동… 재료·체험비 등 區의 지원 받아
    모임내 갈등 생기면 상담도 해줘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초구 우면동 암산노인정 앞 놀이터에 아빠 4명과 네 살 난 아이 4명이 모였다. 우면동의 아빠 육아 모임인 '바우뫼로(우면동의 옛 지명) 파파스' 회원과 자녀들이었다. 김민회(37·삼성전자 연구원)씨는 흙이 담긴 화분과 봄꽃인 라눙클루스의 모종, 삽과 물뿌리개를 가져왔다. 네 아이는 박수현(36·두산중공업)씨가 가르쳐준 대로 모종을 옮겨 심고, 근처 화장실에서 받아온 물을 주고, 이름표까지 만들어 달았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꽃망울을 한참 들여다봤다. 아들 태민군을 데려온 김민회씨는 "여럿이 무슨 일을 할지 주제를 정하고 모이니 책임감이 생기고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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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암산노인정 앞 놀이터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채소와 꽃 모종을 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면동 아빠들의 육아 모임인‘바우뫼로(우면동의 옛 지명) 파파스’의 회원이다. 서초구는 2011년부터‘함께키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내(區內) 공동 육아 모임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현재 102개 모임에서 503개 가족·1139명이 참가 중이며 공동 육아 네트워크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김지호 기자
    지난 18일 오전엔 반포4동 김현자(67)씨 댁이 북적였다. 할머니 육아 모임인 '손주사랑'에 속한 60~70대 할머니 8명이 녹차가루를 섞어 손주들에게 줄 수제비 반죽을 만들었다. 노승선(72)씨는 "모임에 오면 '우리는 대단한 할머니들'이라며 서로 격려하는 게 아이를 돌보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바우뫼로 파파스'와 '손주사랑'은 서초구의 공동 육아 프로그램인 '함께키움'에 참여하는 102개 모임 중 일부다. 서초구는 2011년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공동 육아 지원에 나섰다. 만 5세 이하 영·유아 자녀를 둔 가족이 대상이다. 이달을 기준으로 1139명, 503개 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 육아 네트워크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서울시는 서초구보다 1년 늦은 2012년 사업을 시작해 현재 서초구의 절반 규모인 54개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여성가족부)엔 공동 육아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서초구 공동 육아 지원 프로그램 '함께키움'
    공동 육아 제도엔 장점이 많다. 부모와 아이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또 엄마가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기고 외출할 수 있다. 황혼 육아를 하는 할머니들은 스트레스와 고독감을 푸는 데 도움을 얻는다. 서초구는 엄마 모임, 할머니 모임에 이어 올해부터 아빠 모임도 지원한다. 작년에 2000만원이었던 예산은 올해 2억8000만원으로 14배 늘렸다. 재료비, 체험비, 생활용품 구입비 등 각종 모임이 공동 육아 과정에서 실제로 쓰는 돈을 세심하게 지원한다. 아이가 16명인 8개 가족이 모임을 꾸려 한 달 동안 활동할 경우, 공동 육아비 16만원(1명당 1만원), 도서 구입비 8만원(1명당 5000원), 육아 교실 전문가 지원비 10만원, 현장학습 지원비 7만원 등 41만원을 주는 식이다. 서초구는 모임에 필요한 공간도 무료로 알아봐 준다.

    '함께키움'에 참여한 102개 그룹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다른 모임들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모임 내부에 갈등이 생기면 전문가가 웹 게시판을 통해 상담해준다. 공동 육아는 봉사나 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곡동 엄마 8명의 모임인 '엄마책방'은 틈틈이 구매한 동화책 120권을 동네 도서관에 기부했다.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박사는 "공동 육아는 아이와 양육자의 성향, 생활 환경이 다양한 만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가 예산 지원뿐 아니라 모임 내 갈등까지 조정해주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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