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거나 나쁘거나] "최민식표 정치 영화" "또 '분노 상업주의'"

    입력 : 2017.04.21 03:02 | 수정 : 2017.04.21 13:29

    [5월 연휴 화제작 '특별시민']

    영화, 좋거나 나쁘거나
    군데군데 블랙 코미디 감각 발휘… 최민식 첫 정치인 연기에 눈길

    동물적 감각으로 홀로 선 정치인 '변종구'(최민식). 선거 공작의 1인자인 검사 출신 국회의원 '심혁수'(곽도원)를 선거본부장으로 영입,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음모와 배신, 뒤집기와 되치기의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진다.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 영화의 진일보다. '내부자들' '아수라' '더 킹'으로 이어진 최근 우리 영화엔 그 완성도와 별개로 흥행 비결이 있었다. 비교적 선한 개인이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자) 같은 권력자를 응징할 때 관객은 대리 만족을 느꼈고 투자사는 돈을 벌었다.

    '특별시민'이 한발 나아간 지점이 여기다. 이 영화 속 인물들에게 현실은 단순 명료하지 않으며, 정의나 진실 역시 독점되지 않는다. "개장수가 오면 개들은 피 냄새를 맡고 벌벌 떤다. 그 피 냄새가 몸에 배 감출 수 없는 게 정치인들"이라는 기자 '정제이'(문소리)에게 변종구 캠프의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은 말한다. "선배 몸의 피 냄새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 말을 하는 박경 역시 폭로 동영상을 이용한 미디어 조작에 깊이 발 담근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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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는 필수, 배신은 선택이다. 대권까지 꿈꾸는 현역 서울시장‘변종구’(최민식·오른쪽)와 그의 오른팔인 검사 출신 국회의원‘심혁수’(곽도원)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쇼박스
    중반까지 이 영화는 군데군데 관객들의 폭소를 부르는 블랙 코미디 감각도 발휘한다. 그 웃음이 지나친 정치 막장극으로 흐를 수 있었던 이야기 흐름을 다잡고, 관객에겐 일종의 '거리 두기 효과'를 일으킨다. 현실과 꼭 닮은 장치나 인물을 삽입해 관객에게 분노의 주문을 거는 데 집중했던 영화에서는 보기 어렵던 미덕이다. 무엇보다 '특별시민'은 배우 최민식의 영화다. 연쇄 살인마와 충무공 사이를 오가던 그가 처음 선보인 본격 정치인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영화, 좋거나 나쁘거나]
    완성도보다 흥행에 초점… 음모극·풍자극 사이서 헤매

    최근 답답한 현실을 불쏘시개 삼아 관객들의 울분에 불을 붙이려는 '분노 상업주의'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정교한 디테일을 무시하고 폭주 기관차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구잡이로 내달리는 영화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특별시민'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정책 선거는 뒷전이고 상대 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negative) 전략에만 관심을 쏟는 선거 풍토를 풍자한 초반부 템포는 경쾌하다. 현역 시장 '변종구' 역의 최민식은 스포츠 모자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가 힙합 듀오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첫 장면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흩날리는 바람 때문에 바닥에 떨어진 원고를 줍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가슴 라인을 드러내는 야당 후보 '양진주'(라미란)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에 선거전 못지않게 뜨거운 연기력의 접전(接戰)이 펼쳐진다.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것" 같은 대사도 빛난다.

    하지만 영화는 본격 선거전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무거운 음모극과 가벼운 풍자극의 갈림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지자걸음을 걷는다. 현역 시장 딸의 뺑소니 사고 의혹과 야당 후보 아들의 마약 투약 사건에 이르면 막장극으로 추락한다는 의심을 지울 길이 없다. 가족까지 팔아서 이기려고 드는 건 후보들일까 영화일까. 등장인물들은 "선거에서 과정보다 중요한 건 결과"라고 강변한다. 영화에서도 중요한 건 완성도보다 흥행이라고 믿는 건 아닐까. 후반부로 향할수록 최근 분노 상업주의 영화들의 못난 점만 닮아간다는 점에서 '특별시민'은 통쾌하기보다 서글프다.


    [인물 정보]
    배우 최민식은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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