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美·中 밀담 속 한반도

    입력 : 2017.04.21 03:13

    1592년 9월 명나라의 심유경(沈惟敬)과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마주 앉았다. 임진왜란 휴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를 계기로 고니시는 대동강을 경계로 일과 명이 조선을 분할해 갖는 안을 제시했다. 심유경 역시 조선 땅 일부를 내주고 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강대국들이 한국을 배제한 협상에서 우리 운명을 결정하려 한 역사의 시작이었다. 청·일 전쟁, 러·일 전쟁 땐 한반도를 분할하는 위도(緯度)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현재의 남북 분단 상황이 2차 대전 말 얄타에서 강대국 간 흥정에서 비롯된 것은 알려진 대로다.

    ▶1972년 베이징을 방문한 닉슨은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만나 "북이든 남이든 코리안은 감정적으로 충동적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이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사건을 일으켜서 우리 두 나라(미국과 중국)를 놀라게 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저우언라이는 "당신네 군대가 조선 반도에서 점차 감축하는 데 감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만물상] 美·中 밀담 속 한반도
    ▶한국인을 참담하게 만드는 이런 역사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리 벗어난 것일까. 중국에서 '시터후이(習特會)'로 부른 시진핑과 트럼프 정상회담 뒷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채 몇 발자국 못 간 것 같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한·중 간 수천 년 역사와 많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제한 뒤 "(시진핑에 따르면)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그의 말을 제대로 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인들이 이런 인식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궁금한 것은 둘이서 나눈 대화의 나머지 부분이다.

    ▶45년 전 닉슨·저우언라이 대담 때처럼 이번 시터후이에서도 남북한을 똑같은 '충동적 코리안'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에 앞서 지난 2월 트럼프가 시진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만난 사람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골프를 27홀 치며 하루 세 끼를 함께 먹는 가운데 아베는 한국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흔히 '일본의 심장부를 향한 비수', '중국의 머리를 때리는 망치'라고 한다. 강대국들이 그냥 둘 리가 없다. 국제정치학계 거두인 시카고대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두 나라로 한국과 폴란드를 꼽는다. 그가 방한 당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한 치도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살고 있다. 국민 모두가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알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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