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0억 기부자에 훈장 아닌 세금 폭탄 주고 7년 괴롭힌 나라

      입력 : 2017.04.21 03:15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장학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황필상씨에게 수원세무서가 증여세 140억원을 물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황씨가 소송을 낸 지 7년 5개월 만이다. 황씨는 회사 주식 90%(당시 180억원 상당)를 모교인 아주대에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었다. 이 재단을 이용해 무슨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닌 순수 기부란 것은 법원도 인정했으나 2심은 증여세 부과에 사안별로 예외를 둘 수 없다며 세무서 손을 들어줬다. 좋은 뜻으로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사람에게 기부금과 별도로 140억원의 세금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강탈범과 다를 게 없다.

      황씨는 말로 못 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재판이 7년을 넘기며 연체 가산세가 붙어 세금은 225억원으로 불어났고 사는 집까지 압류당했다. 선의를 베풀었다 맞은 이 날벼락을 보면 기가 막힌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 재단 등에 5% 이상 주식을 기부할 경우 증여세를 매기도록 돼 있다. 재벌들이 재단을 이용해 편법 상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전 만든 조항이다. 그러면서 황씨 경우와 같은 선의의 기부자를 위한 조항을 두지 않았다. 황씨 사건이 벌어지자 '말이 되느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와 국회는 수수방관했다. 국회가 지난해 개정 논의를 했지만 중단 상태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법을 고치지 않는 국회나 재판을 질질 끈 사법부 모두 이렇게 무책임할 수 없다. 자신이나 제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아마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사회를 위한 기부자에게 훈장을 못 줄망정 이런 고통을 주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빌 게이츠 같은 창업자들의 기부는 대부분 주식으로 이뤄지지만 여기에 세금을 매기진 않는다. 선진국에선 오히려 소득공제 혜택까지 준다. 이번 기회에 주식을 포함해 다양한 기부 방식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고쳐야 하지만 그에 앞서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절망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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