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가 베트남의 10배"… 삼성 '미국 공장' 망설이는 속사정

    입력 : 2017.04.20 19:12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공장 건설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2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리며 공장 건설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두 달 반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이 지지부진한 것.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조지아 등 미국 주(州) 정부와 가전 공장 부지 선정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적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도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껏 5% 수준인 가전 부문의 박한 마진이 결정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미국 현지 인건비, 부지 임차료, 전기요금 등 생산원가 부담은 베트남, 태국 같은 기존 해외 생산기지의 5배에 이른다. 근로자 인건비만 따지면 멕시코의 6배, 베트남의 10배에 달한다. 물류비용을 아끼고, 자동화를 한다고 해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돌아 원가 부담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가전과의 큰 차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손해가 뻔히 보이는 곳에 공장을 세울 수는 없다”며 “세금과 부지 혜택 등을 최대한 얻어내 이익을 내는 원가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것도 결정이 늦어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2월 말 미국 테네시주 정부와 협의를 끝내고 2019년까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공장 건립 같은 문제야말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컨트롤 타워가 없어진 상황에서 개별 CEO들이 손해 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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