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에 지구가 녹슬어간다

    입력 : 2017.04.21 03:03

    OECD "이대론 2060년 대기오염으로 목숨 잃는 사람이 600만~900만명"
    中 공기 예산 300조원, 싱가포르 오염기업 국적불문 벌금, 佛·英도 비상
    이번 대선서 핫이슈로… 후보들 경유차 규제 등 미세 먼지 대책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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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 도시가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선 스모그가 짙게 낄 때면 에펠탑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매년 160만여 명이 대기오염으로 숨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경우 각지에 산재한 석탄 화력발전소가 대기오염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 배기가스 역시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사진 왼쪽에서 오른쪽〉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2010년 300만명 수준에서 2060년엔 600만~900만명에 이를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작년 6월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이처럼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나쁜 공기로 생길 수 있는 질병 치료비, 노동생산성 감소, 농작물 수확 감소 등을 감안한 경제적 피해가 2조6000억달러(약 296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먼 업턴 OECD 환경국장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수명 단축 현상이 끔찍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이 전망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작년 6월 OECD 발표 이후 상황은 더 악화했다. 세계 각국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 현상이 더 심각해진 것이다. 1940~1950년대 수천~수만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미국 'LA 스모그'와 영국 '런던 스모그' 같은 초대형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매일 숨 쉬는 공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만이 고조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공기 오염에 비명 지르는 세계 도시들

    1990년대 이후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질주해온 중국은 경제성장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2억대에 이르는 자동차, 즐비한 공장과 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 먼지와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 물질이 주요 도시를 뒤덮으면서 중국의 '살인 공기(killer air)' '베이징 스모그(smog)' 같은 조어가 전 세계에 회자될 정도다. 중국 내 사망자의 약 17%인 160만명이 매년 대기오염으로 숨지고 있다는 추정도 있다.

    급기야 2015년 중국 정부는 '미세 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베이징 도심 진입 차량에 하루 최고 50위안(약 9000원)의 '교통유발 부담금'을 부과하고, 신규 차량 번호판 공급을 월 2만대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올해 초엔 5년 단위로 발표하는 국가 계획에 처음으로 '초미세 먼지 농도 개선 목표'를 명시했다. 올해까지 대기 질 개선에 투입한 예산만 300조원에 이른다.

    싱가포르는 국경을 넘어온 오염 물질에 외교 갈등까지 불사하며 초강경 대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고의 또는 자연적으로 발화한 불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연기가 국경을 넘어와 자국민의 건강을 위협하자 2014년 특별법을 만들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을 포함해 오염을 유발한 기업은 국적 불문하고 하루 최대 8500만원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의 반발에도 싱가포르는 처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 국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프랑스에선 에펠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 먼지가 자욱할 때면 "독일 화력발전소 탓"이라는 불만이 들끓는다. 독일이 원자력발전소를 퇴출한다는 이유로 화력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늘린 것이 결과적으로 프랑스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프랑스와 영국 당국은 경유차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등 경유차 규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런던 도심에서 노후 차량 운행 사실이 적발되면 '독성 요금'(T-Charge) 10파운드(약 1만4000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대선 후보들도 한목소리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오염 현상은 지난 2013년부터 눈에 띄게 심각해졌다. 국내 요인도 있지만, 오염 현상이 심각한 날에는 중국의 영향이 60~8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5년째 극심한 스모그 현상이 이어지자 국민 불만도 극도로 커진 상태다. 이번 대선에서 미세 먼지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은 석탄 화력발전소 감축을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화력발전소 신설을 막고, 신규 건설 중인 곳은 LNG(액화천연가스)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미세 먼지 농도가 짙은 겨울과 봄철엔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줄인다는 방안도 내놨다.

    경유차 규제도 대부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법론에선 갈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캠프는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와 친환경차 전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 등 정부 재정 지출"을 강조한다. 안철수 후보 측은 "현재 휘발유 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경유값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름값 인상을 통해 경유차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중국발(發) 미세 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양국 미세 먼지 문제를 정상급 의제로 격상하겠다"(문재인 후보 측)거나 "정상회담에서 다루겠다"(안철수 후보 측)며 적극적인 입장이다. 양국 정상들이 실제로 미세 먼지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댈지 가늠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지금까지보다는 더 진지하고, 더 강력하게 미세 먼지 문제를 다룰 가능성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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