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온다' 해놓고 반대로 항해… 칼빈슨 미스터리

    입력 : 2017.04.20 03:04

    [긴장의 한반도]
    다시 뱃머리 돌려 25일쯤 동해 도착… 교란작전? 내부혼선 탓?

    - 美, 김일성 생일前 잇단 발언
    9일 태평양사령부 "한반도 전개", 11일 트럼프 "무적함대 北으로"
    매티스 국방 "칼빈슨 北上 중" 12일 돌연 방향 틀어 남쪽으로

    - 美의 의도적 허세작전?
    美, 칼빈슨 南下 사실 공개 안해 "北·中협상서 우위 서려는 전략"

    - 백악관·美국방부 불통 탓?
    백악관 "국방부에 물어보라", 국방부 "15일 도착이라곤 안해"

    한반도에 전개된다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5일(김일성 생일) 한반도에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 도발 억제를 위해 지난 8일 싱가포르를 떠나 한반도로 북상(北上)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그 무렵에는 남하(南下)를 했었고 최근까지 인도양에서 호주와 연합훈련을 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를 두고 트럼프식 '교란작전'인지 아니면 미 안보팀의 혼선에 따른 '허위 발표'인지를 놓고 분석이 엇갈린다. 우리 군 관계자는 "칼빈슨호가 지난 12일까지 한반도로 향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후 무슨 연유인지 방향을 틀었는데 미국이 이를 공개하지 않아 생긴 해프닝"이라고도 했다.

    칼빈슨 전단은 지난달 19~25일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 훈련을 마치고 동중국해→남중국해를 거쳐 지난 4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상태였다. 유류 등을 보급받은 뒤 계속 남하해 호주 쪽으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9일 미 태평양사령부는 "해리 해리스 사령관이 8일 출항한 칼빈슨 전단에 '북쪽으로 항해해 서태평양에서 위치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태평양사령부는 "이 지역의 '제1위협'에 직접 대응한 것"이라고 말해, 북핵 위협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칼빈슨호가 호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한반도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의 태양절(4월 15일) 도발설'과 '미국의 4월 북폭설'은 더욱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11일 "강력한 무적 함대(armada)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칼빈슨호는 지난 15일 한반도에서 5500여 ㎞ 떨어진 인도양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미국 시각) 미 태평양함대가 칼빈슨호 사진을 공개하며 "칼빈슨호가 15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 사이의) 순다 해협을 지나고 있다" "칼빈슨호가 15일 인도양을 지나고 있다"는 설명을 단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이 사진이 없었다면 칼빈슨호 위치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미 국방부는 18일 "칼빈슨호가 현재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다"며 "24시간 안에 (한반도)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항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짐 킬비 칼빈슨 항모 전단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반도 수역에 '지속적 존재감'(persistent presence)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의 배치 기간이 1개월 연장됐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이 인민군 창설 85주년(25일)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칼빈슨호도 그 무렵 한반도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군 소식통에 따르면 칼빈슨호는 최소한 지난 12일까지는 한반도로 향하다가 무슨 이유인지 방향을 180도 돌려 인도양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 태평양함대가 지난 17일 공개한 사진 중엔 칼빈슨 전단이 지난 8일과 10일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장면이 담겨 있다. 군 관계자는 "이달 초 북한이 대형 도발을 할 것이란 정보가 입수돼 합참과 한미연합사가 새벽부터 비상 대기한 적이 있다"며 "칼빈슨호도 당시 상황에 대비하려고 북상하다가 상황이 끝나면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칼빈슨 소동'을 놓고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과 미 국방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도 보고 있다. 칼빈슨호의 정확한 동선과 한반도 전개 시점이 백악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군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국방부에 물어보라"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 측은 "(한반도로) 가기는 가는데 15일에 맞춰 간다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대중 교란 차원에서 이번 소동을 주도하거나 최소한 방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중이 느끼는 압박감을 극대화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거나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의 한 전문가도 "미국의 정교한 심리전 또는 허세 작전"이라고 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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