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먹던 백혈병 약, 바꿔야 하나요

    입력 : 2017.04.20 03:04

    ['글리벡'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적발… 건보 정지 찬반 논란]

    - 불안한 환자들, 1년치 처방 요구
    "건보 안되면 약값 한달 200만원… 다른약으로 바꾸면 부작용 우려"
    일부선 "복제약 효과 이미 입증, 규정대로 정지해도 문제 없어"

    만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최모(42)씨는 2주 전 평소 다니던 S대학병원 종양내과를 찾아 항암 치료제인 글리벡 3개월 치를 처방받았다. 8년 전 백혈병이 발병한 이후 매일 먹던 항암제다. 그런데 최씨는 지난 19일 다시 병원을 찾아가 "글리벡 1년 치를 처방해 달라"고 의료진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3개월마다 경과를 보면서 처방해야 한다는 이유로 최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최씨가 갑자기 글리벡 1년 치 처방을 요구한 것은 앞으로 글리벡을 못 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병원 의료진은 "요즘 글리벡 장기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 특효약으로 2001년 국내에 도입됐다. 그런데 이 약을 제조·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최근 불법 리베이트를 의사에게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정부가 글리벡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면서 이른바 '글리벡 파동' 조짐이 일고 있다. 현재 글리벡을 복용하는 백혈병 환자는 전국적으로 약 6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도입 당시부터 16년째 복용 중인 환자도 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쟁점 정리 표

    현행 건강보험법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가 판매하는 의약품 중 대체 약물이 있는 품목에 대해선 건강보험 적용을 1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글리벡은 특허가 풀려서 복제약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고, 만성 백혈병 신약도 이미 도입돼 있기 때문에 대체 약물이 있는 품목에 해당한다. 정부로선 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건보 적용 정지 조치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환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그동안 환자들은 글리벡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한 달 약값(200만원 안팎)의 5%만 내고 복용해 왔다. 보험 적용이 정지되면 환자들이 약값을 전액 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복제약이나 신약으로 갈아타야 한다.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수년 또는 16년째 글리벡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 온 백혈병 환자들이 느닷없이 약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반발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약을 바꾸면 어떤 부작용이 새롭게 생길지 모르는데 멀쩡하게 먹던 항암제를 못 먹을 수 있다니 황당하다"면서 "이는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실련 등 일부에서는 복제약과 신약의 약효가 기존 글리벡보다 같거나 더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됐기에 리베이트 근절 차원에서 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금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김동욱 혈액내과 교수는 "글리벡 오리지널과 복제약은 약물의 화학 구조가 약간 달라 약을 바꿀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환자들의 불안이 이해된다"면서 "복제약이 없는 병원도 있기 때문에 암 환자들이 약을 바꾸기 위해 평소 치료받던 곳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가야 하는 혼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 '리베이트 제약사'에 건강보험 적용 금지 이상의 손실이 가도록 하고, 환자들의 약물 선택권은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와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취합한 뒤 이르면 이달 말쯤 글리벡을 포함한 노바티스 의약품에 대한 행정처분 내용을 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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