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세상을 향해 '스매싱'

    입력 : 2017.04.20 03:04

    생활체육인 '탁구아빠' 홍성길, 휠체어 타고 국가대표도 길러내
    "장애 가졌다고 기죽지 마세요"

    "좋아, 그렇지. 조금 더 빠르게. 웃으면서, 하나, 둘…."

    휠체어에 앉은 관장 홍성길(59·사진)씨가 빠른 손놀림으로 쉴 새 없이 탁구공을 스매싱했다. 지난 1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길현탁구장. 10분쯤 지나자 교대로 홍씨의 공을 받아치던 회원들이 하나둘씩 나가떨어졌다.

    홍성길 관장
    /박상훈 기자
    길현탁구장은 아마추어 생활 체육인들에게 명소로 통한다. 홍씨는 1980년부터 탁구장을 운영해왔다. 지난 37년 동안 국가대표급 선수는 물론 생활 체육인 수천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홍씨에게 12년째 탁구를 배우고 있다는 이경훈(58)씨는 "탁구 좀 친다는 생활 체육인 중에 홍씨를 모르면 간첩"이라며 "30년 넘게 탁구 외길을 걸어온 관장님은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했다.

    1958년 강원 원성군(지금의 원주)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홍씨는 세 돌 지나 소아마비를 앓았다. 후유증으로 그때부터 목발에 의지해 살았다. 어려서 야구와 축구 등 운동에 재능을 보인 홍씨는 목발을 짚고도 또래들을 압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발로 뛰는 친구들을 당해낼 수 없게 됐다. 다행히 탁구대 앞에서는 휠체어나 목발, 장애를 의식하지 않아도 됐다. 그는 "탁구대는 노력하기에 따라 내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탁구장 인생 37년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레슨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휠체어에 앉은 관장을 보고 돌아선 사람이 많았다. 민첩성이 필요한 탁구에서 '장애를 가진 코치는 가당치도 않다'는 따가운 시선도 견뎌야 했다. 홍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캠코더를 들고 전국을 누비며 명(名)경기 장면을 녹화했고 비디오 분석으로 경기력을 높였다. 또 세계 최강 중국 탁구를 연구하기 위해 중국어도 배웠다. 이런 노력 끝에 제자를 탁구 국가대표로 길러내는 성과도 거뒀다. 2006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여자 국가대표로 출전한 김정현(32)씨가 홍씨의 오랜 제자다. 김씨는 지금도 홍씨를 '탁구 아빠'라 부르며 따른다.

    홍씨는 회원들에게 화끈한 공격 탁구를 주문한다. 장애인에게 배워 수비밖에 할 줄 모른다는 얘기가 듣기 싫어서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움츠리지 말고 밖으로 나와 '가슴 뛰는 일'을 찾아보세요." 홍씨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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