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칼빈슨號 소동

    입력 : 2017.04.20 03:10

    "항공모함에서 병사가 탈영하면 자수하기 전까지는 잡을 방법이 없다." '바다 위의 비행기지' 미국 항공모함과 관련한 조크다. 길이 333m·높이 76m의 핵추진 미 항공모함은 그만큼 거대하다. 80대의 항공기를 실을 수 있다. 작전 반경은 1000㎞에 이른다. 20년간 가동되는 원자로 덕에 연료 걱정 없이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다. 미국이 이런 항모를 10척 넘게 보유하면서 전쟁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항모의 위력을 국가 전략과 연결했다. 그는 1980년대 일본 열도를 미국과 함께 소련에 맞서는 불침항모(不沈航母)로 만들겠다고 했다. 미·일이 똘똘 뭉쳐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는 의지를 항모에 담아 표현한 것이다. 불침항모론은 미·일 동맹을 한 단계 상승시켰던 '론-야스(레이건-나카소네)' 시대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만물상] 칼빈슨號 소동
    ▶미 항모 전단의 동향은 한반도 위기 때마다 큰 관심을 끌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미군 대위가 북한군에 살해됐다. 그러자 미국은 미드웨이 전단을 동해에 포진시켰다. '미루나무 제거 작전' 때 북한군이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를 보이면 즉각 초토화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김일성은 그제야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항모 조지워싱턴호를 출동시켜 무력시위를 했다.

    ▶이달 들어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계속되자 8일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나섰다. 항모 칼빈슨호가 싱가포르에서 북쪽으로 이동해서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 당연히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보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매일 북한을 비판하던 트럼프 미 대통령은 칼빈슨호를 '무적함대(Armada)'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칼빈슨호는 북한 도발이 예상됐던 김일성 출생일(15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칼빈슨호는 지난주까지도 호주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한반도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칼빈슨호가 어떤 이유로 한반도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행(行)' 발언을 일종의 대북 심리전으로 보기도 한다. 한반도 해역에 들어오는 시기를 특정하지 않는 게 작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미국 측 말의 신뢰가 떨어지면 심리전 효과가 생길 수 없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말 바꾸기를 쉽게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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