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당파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

  • 양상훈 주필

    입력 : 2017.04.20 03:11

    中 사드 보복 극복되고 있다
    中이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건 민주당 집권과 그 후의 변화
    민주당 주도로 국회서 사드 배치안 통과시키면 누구도 한국 무시 못 할 것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정말 전쟁 납니까?" 미국이 정말로 북한을 폭격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여기저기서 받는다. 주부들의 전화도 걸려 온다. 전쟁 날 확률이 0.0001%에서 0.0002%가 된 것 같다고 답하고 있지만 솔직히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미국에 북핵은 '핵 비확산'의 문제였다. 그런데 북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하고 이제 미국까지 날아갈 대륙간탄도탄(ICBM)을 시험한다고 하니 '핵 비확산'이 아니라 미국 땅에 핵폭탄이 떨어질지 모를 사태가 됐다.

    미국 건국 이래 처음 당해보는 일이다. 구(舊)소련과의 핵 대결은 '공포의 균형'이었다. 미국민들이 걱정은 했지만 소련이 핵미사일을 미국 본토로 날려 보낼 가능성은 '0'이었다. 소련 지도부가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북한과 김정은을 '비정상'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한 국제 외교관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에게 북한 문제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 오바마는 잠시 쳐다보더니 "그는 미친 인간이오(He is a crazy man)"라는 한마디로 잘라버렸다. 김정은은 미쳤다기보다는 미친 척하면서 나름대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오바마조차 김정은을 '미친 ×' 이상으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혐오가 그만큼 크다.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비정상적 인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지금 미국이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이다. 모든 노력이 다 실패하고 북한이 핵 ICBM을 완성하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핵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맞교환, 북핵 인정과 미·북 수교, 폭격 중에 한 길로 갈 것이다. 한 전문가는 폭격이냐 아니냐는 2~3년쯤 뒤에 닥칠 일로 분석했다.

    어느 쪽이라도 우리에겐 모두 생존이 걸린 도전이다. 이 위기에서 왜 우리는 늘 약자, 피해자가 돼야 할까. 우리에겐 무언가가 비어 있다. '국민적 결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털끝 하나도 안 다치고 북핵도 없애고 싶어 한다. 상대는 제 팔을 내주고 우리 심장을 찌르려는 결의가 있는데 우리는 피 한 방울도 못 흘리겠다면 결과는 보나 마나다.

    결의가 없는 국민은 제 나라 운명을 남에게 맡기게 된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중국과 한반도 역사를 설명하면서 "한반도는 수천 년간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한다. 이것이 중국인이 가진 기본 인식이다. 중국인 머릿속에 이런 인식이 들어박힌 것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대중(對中) 결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시진핑의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당연하다. 미국인 머릿속에 한국이 없거나 희미한 것은 미국이 한국에서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결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지킨다는 결의 없이 강대국을 추종하고 맹종해온 결과다.

    '국민적 결의'가 만들어지려면 대한민국이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여야 한다. '헬조선'이니 하는 자조와 비하가 넘쳐나지만 우리 국민 중에 김정은 치하에서 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해도 국민이 실제 희생을 각오하고 나서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는다. 역사에 너무 많은 사례가 있다. 국가 위기 앞에서 국민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자신의 희생이 국민의 어느 일부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고 모두로부터 감사를 받을 것이란 확신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 확신을 만드는 것이 초(超)당파정치다. 여야가 당파를 넘어 국가 위기 앞에서 하나가 되면 국민은 일어선다. 재작년 8월 DMZ 지뢰 도발 위기 때 우리 국민은 북의 전쟁 위협에 굴하지 않았다. 결국 북이 자세를 낮추고 나왔다. 그때 야당은 북에 "묵과할 수 없는 도발로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초당파정치였다.

    이미 우리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극복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이 곤란해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성장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사에서 처음으로 중국보다 잘사는 나라이고, 처음으로 중국보다 앞선 가치와 제도를 향유하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아직도 정치권이 친미·친중으로 나뉘어 갈등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사드 배치를 연기하고 국회 비준에 넘기자고 한다.

    최근 한 신문에서 미·소 대립이 격화됐을 때 실시된 1948년 미국 대선에 관한 일을 읽었다. 공화당 유력 후보였던 반덴버그 상원의원이 경쟁자인 민주당 트루먼 대통령의 유럽 정책에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는 결의안을 내면서 "당파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고 선언했다. 만약 우리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사드를 국회로 넘겨야겠다면 사드 배치를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으면 한다. 군 장비 반입을 국회 통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한국의 당파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춘다'는 것을 중국과 세계에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일어설 것이고 누구도 한국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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