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포럼] 대선 후보들, 농촌 주민 삶의 질에 관심을

  •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교수

    입력 : 2017.04.20 03:05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교수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교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보기 힘든 곳이 전국에 많다. 봄의 한복판인데 진즉 봄이 지나간 곳이다. 젊은 사람을 볼 수 없는 노인 천국이라 연분홍 치마를 차려입고 봄나들이를 갈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동네는 경북·전남·전북의 농촌 지역(읍·면)에 많다. 주민등록 인구의 평균 나이(2017년 3월)를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경북 54.6세, 전북 53.1세, 전남 52.9세다. 전국 평균 나이(41.2세)보다 월등히 높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도 갈수록 늘어서, 전북 29.9%, 전남 27.7%, 경북 25.9%다. 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올 3월 말 주민등록 인구는 작년 3월에 비해 경북 6604명, 전북 6206명, 전남 5798명이 줄었다. 전남 인구 189만9441명은 1966년 405만명이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완주·나주·김천 혁신 도시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파도를 막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삶의질정책연구센터 보고서(2016 농어촌의 삶의 질 실태와 주민 만족도)가 이를 시사한다. 전국의 농촌 지역에 사는 주민의 행복감, 정주(定住) 만족도, 살고 있는 마을과 시·군 발전 전망 등 네 지표의 긍정적 평가가 2012년 이후 계속 줄었다. 주민의 41.3%는 이사할 마음이 있었고 이 중 절반은 도시를 선호했다. 정부는 2004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과 농어촌 지역 개발 촉진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다. 기본 계획에 따라 매년 사업비 수십조원을 투입했다. 작년엔 9조원을 부었지만 떠나는 사람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도시에 비해 삶의 질이 낮아 농촌 지역에 살기를 원치 않아서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후보도 이 문제엔 관심이 뜨뜻미지근하다. 후보 예비 등록 이후 5당 후보들이 농촌을 찾아 부족한 일손을 도왔다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 지난주 열린 '한농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밝힌 게 고작이다. 후보들 10대 공약에서 농촌 관련 공약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안철수 후보의 '스마트 농촌'과 심상정 후보의 '농어민 보호'뿐이다. 나머지 후보는 관심조차 없다. 공식 선거운동 첫 유세지로 농촌을 찾은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하긴 유권자도 적고 '집토끼'라고 인식했다면 갈 필요가 없었을 거다.

    '국민의 대통령'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이 그랬을 리 만무하다. 사는 곳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의 18.4%가 국토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농촌 지역에 사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이다. 손바닥만 한 국토에서 도시에만 몰려 사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시골' 출신이라고 말해도 무시당하지 않는 나라, 농촌에 살아도 자녀를 교육해 사회 일원으로 내보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 나라, '배가 따뜻하고' 삶의 질도 좋아 농촌 지역에 살 만한 나라, 이런 나라를 만들겠다는 후보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농촌에 살든 도시에 살든 모든 사람이 행복하면 국민 통합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농촌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대선 후보 어디 없나. 전국 농촌 지역 투표장에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게 할 후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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