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에 해야 할 말은 일절 않고 '준다'고만 하는 후보들

      입력 : 2017.04.20 03:14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19일에도 각 후보가 '무엇 무엇 해주겠다'는 공약 행진을 이어갔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부당한 강제 퇴직을 막는 법을 만든다는 등의 '5060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한국노총을 찾아 "비정규직을 대폭 줄이고 중소기업의 임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듣기 좋은 얘기다. 그러나 두 유력 후보는 노동 개혁이나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처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진짜 필요한 과제들은 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적도 거의 없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후보가 기초연금을 올리고 아동수당을 도입한다는 등 수조, 수십조원이 필요한 복지 공약들을 하루가 멀다고 내놓으면서 일시적으로 고통스럽더라도 나라의 미래와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쓴소리는 없고 입만 열면 오로지 '해준다' '해준다'뿐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세계 모든 나라가 천국이 됐을 것이다.

      지금 경제를 살리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구조 개혁이다. 노동과 공공부문·금융 등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고치고 부실화된 좀비 기업들을 정리해 새로운 산업의 싹이 트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해 집단이 반발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조금 많은 숫자가 반대하면 거의 무조건 입을 닫거나 영합한다.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노동 개혁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후보도, 노동계 반발로 벽에 부닥친 공기업·금융계 성과급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후보도 거의 없다. 13조원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 연명하는 대우조선의 노동자들에 대해 임금·인원 감축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분담하라는 당연한 말도 하지 않는다.

      문 후보는 81만개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재원 대책에 대해선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가 부채를 더 늘리든지 세금을 더 걷든지 둘 중의 하나일 테지만 문 후보는 입을 다물고 있다. 안 후보는 교육혁명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내걸면서도 가장 시급한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미세 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 후보는 석탄 발전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는 30년 이상 석탄발전소를 가동 중단하겠다고 했고, 안 후보는 석탄발전 쿼터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결국 석탄 발전을 줄이는 만큼 원자력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안 두 후보는 원전도 줄여가겠다고 한다. 유권자 귀에 쓴 소리는 하지 않으려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자기모순에 빠져들고 있다.

      모든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겠다고 한다. 그러려면 규제 개혁이 필수다. 온갖 규제 때문에 드론·자율주행차·원격의료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의 비즈니스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낡은 규제를 풀기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이나 의료법 개정안,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등이 국회에 발목 잡혀 있으나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는 말을 하는 후보를 보기 힘들다. 이 역시 이해 집단들의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후보가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기업 활동을 일으킬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대기업을 옥죄는 새로운 규제들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국내에선 대기업이라도 글로벌 시장에선 약자(弱者)에 불과하다. 재벌 오너의 전횡은 막아야 하지만 대기업들을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게 만드는 한국식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후보가 대기업 때리기에만 열중하고 친(親)기업 정책은 말하지 않는다. 당장 머릿수 많은 쪽만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통스러워도, 그래서 선거에 손해 보더라도 국가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후보가 단 한 명 없는 것은 유권자들이 그런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나라의 장래는 유권자 손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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