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AR 안경 쓰면, TV 필요없다"

    입력 : 2017.04.19 19:54

    18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대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증강현실(AR) 기술 관련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단 대형 스크린에는 AR 서비스용 안경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능을 탑재한 안경과 콘택트렌즈가 TV 같은 디지털 기기를 대체할 것입니다. 물리적인 한계에 갇혀 있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AR입니다.”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대회에서 ‘AR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회색 반팔 티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무대에 오른 그는 “페이스북이 세계 최초의 AR 플랫폼(기반 기술) 기업이 될 것”이라며 기조연설 내내 AR에 대해 이야기했다.

    ◇ 500달러짜리 TV, 1달러짜리 AR 앱이 대체한다

    그는 이날 ‘카메라 효과 플랫폼’이라는 AR 서비스를 가장 먼저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마치 앱 스토어처럼 AR용 콘텐츠나 서비스를 누구나 만들고 배포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 소프트웨어도 함께 공개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의 구글·애플처럼 AR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AR 콘텐츠와 서비스가 급속도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와 체스를 둘 땐 직접 만날 필요 없이 AR 안경을 쓰고 아무 곳이나 바라보면 가상의 체스판이 등장하고, 그림을 보고 싶을 때도 AR 안경만 쓰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담벼락을 AR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끼고 바라보기만 하면 마치 담벼락 앞에 피카소의 그림이 있는 것처럼 눈앞에 가상 이미지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는 “AR 기기가 TV나 스마트폰 같은 기존 IT 기기까지 대체할 것”이라고도 했다.

    저커버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AR을 통해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는 저커버그 CEO가 사용자를 현실과 격리시키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보다 AR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탁자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다른 사용자가 남겨놓은 가상의 메모와 식당 평도 볼 수 있고, 관광지에서는 방문객들이 남겨놓은 가상 메시지도 볼 수 있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페이스북은 나이키(스포츠)·워너브라더스(엔터테인먼트)와 게임업체 EA(일렉트로닉아츠) 등을 우군(友軍)으로 확보해 AR 전용 콘텐츠·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포케몬 고와 같은 AR 게임을 한데 모아 즐길 수 있는 ‘AR 전용 게임’ 서비스도 올해 안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VR·메신저에서도 신기능 속속 공개

    페이스북은 이날 개발자 대회에서 AR뿐 아니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과 VR 분야에서도 신기술을 공개했다. 우선 메신저에서는 AI 비서 서비스인 ‘M’을 탑재한 ‘2.0버전’을 선보였다.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M은 사용자 간 대화를 분석해 적합한 대안을 스스로 제안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오늘 저녁 뭐 먹을래?” “피자 배달시킬까?”라는 대화를 한다면 자동으로 피자 주문 서비스를 추천하는 식이다.

    VR 분야에서는 ‘페이스북 스페이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VR 기기를 머리에 쓴 사용자들이 가상공간에서 만나 대화하고, 협업도 하는 서비스다. 1인용 게임·콘텐츠 기기가 아니라 SNS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선 이 서비스는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저커버그 CEO는 이날 정치 관련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작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이민 장벽’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미국 대선 판도를 흔들었던 가짜 뉴스(fake news)에 대한 입장 발표 역시 없었다. 대신 지난 16일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했던 ‘페이스북 살인 생중계’에 대해서만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커버그 CEO는 “앞으로 이런 비극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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