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면 나타나는 '서울대병원 할머니'

    입력 : 2017.04.19 03:04

    정주영씨 30년·7763시간 봉사… 병원 역사상 최장기간·시간

    정주영씨
    /오종찬 기자

    경기 용인시에 사는 정주영(70·사진)씨는 매주 목요일 오전 6시 '특별한 외출'을 한다. 지하철과 버스를 네 차례 갈아타고 2시간30분 걸려 찾는 곳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대병원이다. 환자들에게 길을 설명해주고 약 처방전을 대신 가져다주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1988년 시작한 봉사 활동이 30년째다. 서울대병원은 "지금까지 정씨는 7763시간 봉사 활동을 했다"며 "병원 역사상 최장기간, 최장시간 봉사자"라고 했다.

    정씨는 1986년 영등포시립병원(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호스피스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보호자도 없이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들 손을 꼭 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 벌이로 네 식구가 먹고사는 형편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데서 오는 보람에 '중독'됐다고 한다. 2년 뒤 영등포시립병원이 이전하고 서울대병원이 이 병원을 위탁 운영하면서 서울대병원과의 인연도 시작됐다.

    정씨는 "학교로 치면 개근상은 아니고 '정근상' 정도 받을 수 있는 게 자랑거리"라고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한 후 딱 네 차례만 빠졌다. 아들이 군에 입대했을 때와 아버지·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본인이 척추 수술을 받았을 때뿐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봉사 활동을 거르지 않았다. 당시 한 간호사가 "선생님 덕분에 힘이 난다"고 해줬을 때 가장 큰 상을 받은 것 같았다고 한다.

    정씨는 요즘 '졸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자원봉사자 정년이 72세이기 때문이다. 더는 봉사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요양병원을 찾아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다. 그는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어르신들 손이라도 주무를 수 있게 해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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