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베토벤은 끊임없는 여행"

    입력 : 2017.04.19 03:04 | 수정 : 2017.04.19 08:10

    피아니스트 백건우 10년 만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全曲 연주

    백건우는 “일주일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서른두 곡과 생활하면 ‘인간 베토벤’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일주일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서른두 곡과 생활하면 ‘인간 베토벤’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빈체로

    "어릴 때부터 폭넓은 음악인이 되고 싶었어요. 많은 작곡가, 많은 작품을 이해하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어떨 땐 배우가 된 것 같아요. 대본처럼 악보를 읽고, 연기하듯 연주하는.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와 베토벤은 전혀 다른 세계잖아요. 그럼에도 일생을 그들 내면을 탐구하며 살다 보니 제 인생도 풍부해졌습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1)가 베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전곡(全曲·32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하는 '수행'에 나선다. 오는 9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 독주회 '끝없는 여정'에서다.

    2007년 12월 이미 같은 공연장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소화하며 본질을 향한 탐구에 몰두했던 그다. '한 작곡가에 꽂히면 주변 모든 걸 이해해야 고민이 풀리는' 백건우이기에 다음 연주에선 또 어떤 작곡가를 파고들까 궁금하던 찰나, 그는 베토벤으로 돌아왔다. "낯선 데를 처음 가면 가로막은 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잖아요. 내게 베토벤은 끊임없이 문을 여는 여행. 전엔 보이지 않던 정경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그 드라마가 이해돼요."

    여덟 번의 무대에서 그는 1번부터 32번까지 순서대로 하지 않고, 20번을 첫날 첫 곡으로 끄집어낸다. "20번은 1번 전에 스케치했던 곡이다. 이전에 먼저 썼던 곡을 나중에 다시 손질한 것. 순수해서 시작하기에 딱 맞는다"고 했다.

    또 하나. 지역의 작은 무대에서도 베토벤을 하고 싶다고 본인이 요청해 지난달 29일 충남도청문예회관을 시작으로 안동, 의정부, 부여 등을 거쳐 오는 10월 14일 수원SK아트리움까지 전국 32개 무대에서 청중과 교감할 계획이다. 2011년 외딴 섬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섬마을 콘서트'의 연장선. 그는 "매번 다른 피아노를 다뤄야 해 난감할 때가 있지만 전국이 한마음으로 베토벤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했다.

    왜 다시 베토벤일까. "작은 모티브 하나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작품이 많아요. 그래서 그는 시간이 필요한 작곡가죠." 백건우는 "베토벤의 소나타 서른두 곡을 하다 보면 베토벤의 생애가 보인다. 한 인간의 전부를 아우르는 장편소설 같다"고 했다. "32세 젊은 나이에 베토벤이 쓴 유서를 보면, 자신을 지탱해주는 것은 음악을 향한 열정뿐이고 창작을 다 하기 전에는 세상을 떠날 수 없기에 고통을 견뎌야만 한다고 해요. 저는 베토벤의 그 드라마를 청중과 같이 체험하고 싶어요."

    60년 피아니스트 길을 걸어온 그는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참 많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계속 올 수 있었던 건 제 연주에 만족을 못해서예요. 요즘에 와서야 악기가 편해지고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자유로워진 느낌…." 백건우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니 디테일이 들리고 보인다. 그만큼 숙제가 많아져서 더 연습해야 하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9월 1~8일(3일 2회 공연·4일 공연 없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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