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총리의 은발, 시원하게 넘겨 '힘' 드러냈죠

    입력 : 2017.04.19 03:02

    - 메이 총리 보그 표지 스타일링 헤어디자이너 '숀 주' 주형선
    한국서 활동하다 서른에 영국행… 뉴욕과 런던 오가며 해외서 활약
    칼 라거펠트·호날두 등 유명 디자이너·스타들과 작업

    보그 미국판 4월호 표지에 등장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
    보그 미국판 4월호 표지에 등장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 /보그 미국판·사진가 애니 레보비츠
    이번 달 패션지 보그 미국판 표지에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등장했다. 탁월한 패션 감각으로 화제를 모아온 테리사 메이(61) 영국 총리다. LK베넷 감색 코트와 원피스를 입고 총리 공식 별장 안 고풍스러운 녹색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평소와 달리 은빛 단발머리를 뒤로 넘겨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냈다.

    유명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를 비롯해 최고의 스태프가 참여했다. 그중 헤어 스타일을 책임진 사람이 주형선이다. 숀 주(Shon Ju)라는 영어 이름으로 런던과 뉴욕을 오가는 주형선은 해외에서 활약하는한국 헤어 디자이너다. 세계 패션 모델 랭킹 사이트 '모델스닷컴'이 한국 패션을 빛낸 아티스트 7인 중 하나로 꼽았을 만큼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는다.

    주형선과 인터뷰는 여러 차례 전화 통화와 메시지로 완성됐다. 그의 일정이 워낙 빡빡하고 비행기를 자주 타야 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 촬영은 지난 1월 진행됐고 머리 모양을 손보는 데는 30분쯤 걸렸다고 했다. "이마를 드러내야 힘 있어 보인다는 사진가 요청에 따라 자연스럽게 머리를 넘기는 것에 집중했어요. 가볍게 무스 발라 드라이하고, 젊어 보이도록 뿌리 쪽에 살짝 아이섀도를 칠했죠."

    메이 총리는 롱 부츠나 표범 무늬 구두 등 세련된 스타일을 즐기지만 머리는 부스스해 보일 때가 많다. "머리카락이 상한 것은 아닌데 무척 뻣뻣하더라"고 했다. "평소 옷차림은 완벽하지만 머리에는 신경을 덜 써서 이미지가 흐트러진다고 조언했더니 메이 총리가 '정확한 지적'이라고 했어요. 두 달에 한 번 가까운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보통 때는 직접 관리하는데 머리카락이 억세 손질이 힘들다고요."

    가발 쓴 얼굴 모형 옆에서 모형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주형선.
    가발 쓴 얼굴 모형 옆에서 모형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주형선.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실제로는 끊임없이 기술을 익히고 트렌드를 연구해야 하는 힘든 일"이라고 했다. /보그 코리아·사진가 강혜원
    주형선의 인스타그램에는 메이 총리 외에도 특급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사진이 가득하다. 배우 틸다 스윈턴, 샤를로트 갱스부르, 마리옹 코티야르, 가수 케이티 페리, 비요크, 축구선수 호날두의 머리를 매만졌고 칼 라거펠트, 조르조 아르마니 같은 거물급 디자이너들과 일했다. 패션지 보그, 브랜드 자라·H&M과 주로 작업한다.

    2002년 서른 살 주형선이 런던행 비행기를 탔을 때 이미 한국 최고였다. 전남 고흥 출신인 그는 19세 때 매형 친구 소개로 서울 명동 미용실에 취직했다. "너무 재미있고 궁금한 게 점점 많아졌어요. 주변에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 혼자 밤새우고 코피 쏟아가며 연습했지요."

    2001년 사진작가협회 선정 '올해의 헤어 디자이너상'을 받은 그는 이듬해 영국으로 어학 연수를 떠났다. 외국 모델과 인사 나눌 정도로만 영어를 익힐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촬영 현장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책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꼭 같이 일해보고 싶었어요."

    주형선이 패션 브랜드 아르마니 모델로 나선 축구선수 호날두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주형선이 패션 브랜드 아르마니 모델로 나선 축구선수 호날두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주형선 인스타그램
    한국에선 최고였지만 런던에선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으로 돌아가 조수부터 시작했다. "내 실력에 대한 믿음, 프로는 프로를 알아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2년 9개월 조수 생활을 마치고 2007년 정식 프리랜서가 됐다. 이후로 지금까지 도장 찍을 자리가 없어 2년에 한 번씩 여권을 교체해야 하는 바쁜 생활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한국 사람 머리는 파마나 염색이 쉽지 않아요. 서양인 머리는 상대적으로 쉽죠. 시간이 부족하고 해결책이 막막한 상황에서 저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열악해도 나는 어떻게든 해내니까." 함께 일하고 싶다는 후배들 연락이 많이 오지만 '한국에서 경험과 기본기를 충분히 쌓은 뒤 나오라'고 조언한다. "개개인의 체질과 생활 습관, 환경 등에 따라 헤어 손질법이 전부 달라져요. 끝도 없이 어렵지만 아직도 재미있어요, 자꾸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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