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able] '문재수'와 '안찰스'의 배틀랩 경연… 정치 풍자물 옛 명성 되찾을까

    입력 : 2017.04.19 03:04

    [박상현 기자의 공감 혹은 유감] tvN 'SNL코리아 시즌 9'

    "타이틀 음악만 나오면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던 '위켄 업데이트'가 지난주부터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했었죠.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이 방송되면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지난 8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 시즌9'에서 '위켄 업데이트'(이하 위켄) 코너 진행을 맡은 신동엽이 말했다. '위켄'은 SNL을 대표하는 정국(政局) 풍자 코너였다. 18대 대선 당시 후보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정권의 살생부 명단에 적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여의도 텔레토비'가 이 코너 대표작. 정체성과도 같던 풍자가 사라지자 프로그램은 반쪽짜리 코미디물로 전락했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했다"는 고백은 비판이 거세됐던 제작 환경을 드러낸 것이다. 탄핵 인용 후 빼앗긴 풍자에도 봄이 찾아오면서 'SNL 코리아'는 지난달 25일 '초심(初心)으로 돌아왔다'는 문구와 함께 시즌9을 시작했다. SNL은 풍자물의 대명사로 불리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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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L 코리아'의 원조인 미국 NBC의 'SNL(Saturday Night Live)'은 1975년 시작한 이래 매주 일어난 정치·문화계 이슈를 패러디로 풀어내는 미국의 대표적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시즌42가 방영 중인 지금도 연일 날카로운 풍자를 선보이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1일 출연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이방카 패러디'는 압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는 최근 '친족 등용 금지법'을 피하려 '고문' 자격으로 백악관에 입성해 논란을 일으켰다.

    '반(反)트럼프'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스칼릿 조핸슨은 이날 CF 형식을 빌려 이방카를 풍자했다. 그는 금발과 금빛 드레스 차림으로 파티장을 누볐다. 이 드레스는 트럼프가 '반이민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 이방카가 파티장에 입고 나타난 의상. "그녀는 이방카다. 그녀는 권력, 아름다움을 쥐고 있다. 그리고 (무언가와) 연루돼 있다"는 내레이션 뒤 '컴플리시트(Complicit·연루)'라는 향수명이 나타난다. 권력가 트럼프와 가장 깊숙이 연루된 자가 이방카라는 뜻. 이방카는 CBS 프로그램에 출연해 "(SNL 풍자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풍자라는 선명한 색깔 하나로 42년을 살아남은 미국 SNL과 달리, 'SNL 코리아'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통령 심기 건드렸다는 이유로 속절없이 코너 폐지를 지켜봐야 했던 '권력 학습 효과'로부터 이제 조금씩 회복해가는 단계다. 앞서 세 차례 방송된 '미우프'(SBS '미운 우리 새끼'와 엠넷 '프로듀스 101'을 패러디해 대선 정국을 풍자한 코너)에선 조심성이 묻어난다. 통렬한 풍자보다는 객관적인 정국 묘사에 주력했다.

    15일 방송에선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빗댄 '문재수' '안찰스'가 엠넷 '쇼미더머니'의 배틀 랩 경연 방식으로 서로를 향한 '디스전'을 벌였다. 네거티브로 치닫는 현 정국을 표현한 것이다. 13일 열린 첫 대선 후보 합동 토론회 현장 풍경도 패러디하면서 한 주간 이슈를 꼼꼼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시청률은 아직 1.4%(닐슨코리아)에 머물고 있다.

    시즌9의 성패(成敗)는 SNL이 얼마나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이방카 백악관 입성'을 한 편의 코미디로 풀어내 '놀이'로 소비하는 미국 SNL처럼, 죽은 풍자가 소생해야만 정치와 대중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다음 달 9일 역사적인 '장미 대선'을 앞둔 지금 'SNL 코리아'의 약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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