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able] 가격은 빼고, 감각은 더하고… 데이트 코스 된 호텔 한식당

    입력 : 2017.04.19 03:04

    [Place] 젊어진 호텔 한식당

    미쉐린 3 스타 신라호텔 '라연', 스몰 럭셔리 찾는 20~30代 발길
    호텔 라운지서 전통차와 디저트… 2만~3만원대 단품 요리도 선봬

    '남자 친구랑 1000일 기념으로 '라연'에서 구절판 먹었어요.'

    '고소한 밤을 갈아 우유와 섞어 만든 죽 '밤응이'예요. 이름도 귀엽네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선로 먹어봤어요. 영롱한 빛의 은식기도 예쁘네요.'

    예쁜 음식 사진과 함께 생생한 후기가 올라와 있다. 구절판, 밤응이, 신선로…. 일반적으로 먹기 힘든 한식 메뉴 이름이 들어 있는 게시물들. 인스타그램에서 서울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을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로 대부분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작성한 것이다. 상견례나 중장년층 모임 장소로 각광받았던 라연엔 최근 젊은 손님이 급증했다. 지난해 미쉐린 3 스타를 받으면서 '스몰 럭셔리'를 추구하는 20~30대 젊은 층의 발길이 늘면서다.

    호텔 한식당이 젊어졌다. 수익성 떨어진다는 이유로 몇 년 전만 해도 줄줄이 문 닫던 호텔 한식당이 최근 젊은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돌아오고 있다. 젊은 '맛집 순례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그릇도 젊은 취향으로 바꾸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식도 예뻐야 끌린다…'비주얼 갑' 한식


    파크 하얏트 서울 ‘더 라운지’의 녹차 애프터눈 티 세트.
    파크 하얏트 서울 ‘더 라운지’의 녹차 애프터눈 티 세트.
    호텔 한식당의 변신을 이끈 촉매는 지난해 라연의 미쉐린 3 스타 선정.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특급 호텔이 '미쉐린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경쟁적으로 기존 레스토랑을 한식당으로 리뉴얼하거나 한식 메뉴를 신설하고 있다"고 했다.

    맛도 맛이지만 가격과 담음새도 중요해졌다. 단가는 좀 낮추고 호텔 레스토랑의 상징이었던 흰색 접시에서 탈피해 사진 잘 나오는 유색 그릇을 사용하는 추세다. 맛집 트렌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스타그램을 의식해 담음새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지난 3일 강남구 테헤란로의 파크 하얏트 서울은 24층의 라운지바 더 라운지(02-2016-1205)를 전통 차와 모던 한식 디저트, 한식 코스 요리 등을 즐길 수 있는 '코리안티 하우스' 콘셉트로 새롭게 리뉴얼·오픈했다. 인테리어가 젊어졌다. 갈색 가죽 소파를 치우고 분홍·파랑의 화려한 패브릭 소파를 놨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럭셔리'를 표방하며 가격대도 낮췄다. 칠절판·새싹채소불고기 등 '강남 컴포트 퀴진'이라 이름 붙인 단품 요리는 2만~3만원대. 제주·하동·보성 등 유명 녹차와 3단 트레이에 담긴 케이크·스콘·한과 등을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 세트'(1인 3만8000원, 2인 이상 주문 가능)도 있다.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은 지난달 27일 1층 로비 라운지의 카페 델마르(02-3440-8123)를 새로 단장하면서 한식을 강화했다. 버섯육회비빔밥, 갈비구이정식, 전복떡볶이 등 이색 한식 메뉴와 '솜사탕 칵테일' 등 모양이 특별한 칵테일 메뉴로 강남 주부들의 모임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단품 요리 2만~3만원대로 기존보다 가격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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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롯데호텔 서울 '무궁화'의 해물 신선로. ②파크 하얏트 서울 '더 라운지'의 점심 코스. 청도 감과 고구마 크림으로 만든 이색 한식 디저트가 나온다. ③잠실 롯데월드타워 81층 '시그니엘호텔'에 있는 미쉐린 1 스타 '비채나'의 점심 코스. ④인테리어를 젊은 여성 취향을 바꾸면서 한식 메뉴를 추가한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카페 델마르'. ⑤설렁탕으로 유명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28층의 '핏카페'. ⑥미쉐린 3 스타를 받은 서울신라호텔 '라연'의 '키조개 냉채'.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각 호텔
    81층에서 맛보는 '미쉐린 스타' 한식당

    '모던 한식'은 전통 한식과 구분 짓기 위해 셰프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겸 요리연구가인 정신우씨는 "최근 모던 한식의 경향은 크게 두 가지"라며 "라연(미쉐린 3 스타), 권숙수(미셸린 2 스타)처럼 정통 한식을 기반으로 하되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담음새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과 정식당(미쉐린 1 스타), 밍글스(미셸린 1 스타)처럼 한식 식재료에 양식 조리 기법을 접목해 새로운 한식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은 전자에 해당한다. 서울신라호텔 라연과 경쟁 식당인 무궁화(02-317-7061)가 올해는 꼭 미쉐린에 선정돼야 한다며 메뉴 개편 중이다. 4월 한달간 롯데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한우 등심구이, 해물 신선로 등 6가지 코스 요리를 6만9000원 특가로 선보인다. 좌석을 90석에서 60석으로 줄이고, 기존 흰색 자기 그릇에 유기그릇을 새로 넣는 등 서비스에도 신경 썼다.

    '고메 호텔'을 내세운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호텔'은 지난 10일 아예 미쉐린 1 스타를 받은 한식당 비채나(02-3213-1260)를 입점시켰다. 한남동에서 시그니엘호텔 81층으로 새롭게 이전한 비채나는 기존 단품 요리를 없애고 코스 요리에 집중했다. 기본에 충실한 한식 요리를 특별 제작한 광주요 자기에 담아 주는데, 밥맛부터 다르다. 매일 셰프가 쌀을 직접 도정해 갓 짓은 밥이다. 다시마 육수에 숙성된 회, 포천 콩을 갈아 만든 두부와 콩물, 된장에 숙성한 제주 흑돼지 편육과 더덕구이, 7가지 찬이 곁들여 나오는 솥밥 등으로 구성된 점심 코스 요리가 7만원. 정성스러운 요리와 석촌호수·롯데월드 등 잠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전망을 감안하면 비싸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저녁 코스는 15만원과 19만원 두 가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공연 관람객이라면 저녁에 11만원의 특별가로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전망 좋은 호텔카페의 1만원대 설렁탕

    신도림동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28층의 핏카페(02-2211-1680)는 설렁탕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설렁탕(1만2000원)·비빔밥(1만2000원)·우거지탕(1만6500원) 등의 한식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근처 주부들이나 직장인들 휴식처로 인기다. 원래 호텔 피트니스 회원만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최근 캐주얼 카페로 바뀌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카페는 이용료 5000원을 내면 기본 2시간 동안 커피나 차, 쿠키 등을 셀프 서비스로 무제한 즐길 수 있다.

    중구 소공로의 더 플라자 2층 뷔페 레스토랑 세븐스퀘어(02-310-7777)는 지난해 한우 갈비찜, LA갈비 등의 한식 코너를 새로 추가했다. 기존 인기 메뉴인 대게에 이어 갈비, 양갈비까지 무제한 먹을 수 있어 비싼 값을 한다는 평. 가격은 평일 점심 기준 8만8000원.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라연(02-2230-3367)은 한식과 잘 어울리는 전통주를 보강해 미쉐린 스타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경주법주 초특선, 땅콩햅쌀막걸리 등 전문 소믈리에가 추천한 전통주를 와인처럼 잔으로 맛볼 수 있다. 이달에는 키조개, 도미, 죽순, 냉이, 두릅 등 봄내음 물씬 나는 식재료로 만든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점심 코스 요리 9만8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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