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박근혜 前대통령 자유한국당 당원권 정지]

[김수남 검찰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 움직임에 공개 반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7일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뇌물을 주게 하고, SK그룹에는 89억원 뇌물을 요구한 혐의(제3자 뇌물 수수·요구)를 추가로 적용해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총 592억원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혐의를 받게 됐다. 검찰은 앞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 뇌물 433억원 혐의'를 적용했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뇌물 수수 혐의로 법정에 서는 3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기소를 끝으로 지난해 10월 말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6개월 만에 종결했다.

검찰은 당초 지난해 9월 말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는데도 수사 착수에 미적거리다가 한 달 만인 10월 25일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씨에게 연설문 등을 사전에 유출했다고 시인하자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초 독일에서 귀국한 최씨가 구속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과 특검은 그동안 이 사건과 관련해 최순실(61)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42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뇌물 혐의 등 18개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SK는 최태원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지난해 2월 독대를 계기로 K스포츠재단 측에서 '비인기 종목 육성 추가 투자'로 89억원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SK는 돈을 주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진출 등 SK 측의 현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최 회장이 그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롯데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서 면세점 재승인 관련 청탁과 함께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을 통해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70억원은 지난해 5월 롯데에서 K스포츠재단으로 송금됐으나 다음 달 반환됐다. 하지만 검찰은 나중에 반환됐더라도 뇌물 요구, 공여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뇌물 혐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뇌물 혐의'와 '직권남용·강요 혐의'를 모두 적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가운데 삼성이 낸 204억원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와 직권남용·강요 혐의를 모두 적용하고, '롯데 70억원' 부분도 역시 두 가지 혐의 모두 기소한 것이다.

특별수사본부 노승권 1차장은 "직권남용 행위와 뇌물수수 행위는 법률상 별개의 행위"라고 했다. 법원이 만약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할 경우 처벌이 무거운 뇌물 혐의에 대한 형량을 기준으로 가중(加重) 처벌을 하게 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뇌물과 강요로 준 돈은 서로 성격이 모순되는 측면이 있는데도 둘 중 한 가지라도 성립하면 된다는 투망식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법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최순실·안종범씨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씨와 안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재판의 효율성을 위해 이같이 배당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준비기일을 거쳐 다음 달 중순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