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유엔 본부 앞 사드 반대 시위

    입력 : 2017.04.18 03:14

    김덕한 뉴욕특파원
    김덕한 뉴욕특파원

    지난 11일 뉴욕 맨해튼의 유엔 본부에서는 'The Belt and Road Initiative(벨트와 길 계획)'라는 부제가 붙은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 토론회가 열렸다. 유엔이 2030년까지 이룰 핵심 과제로 정한 '지속 가능 발전 목표'에 중국이 21세기 신(新)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며 국가적 과제로 밀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갖다 붙인 것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곳은 유엔 경제·사회국(DESA)이었지만 실제 주인공은 중국이었다. DESA 책임자인 중국인 우훙보 유엔 사무차장(경제·사회 담당)이 환영사를,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개회사를, 펜실베이니아에 본부를 둔 중국에너지기금위원회(CEFC)의 패트릭 호 사무총장이 폐회사를 각각 했다.

    행사는 유엔과 관련 기구 관계자, 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 수백명이 몰리는 성황이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일대일로' 주변국 외교관들이 대거 패널로 참석했다. 짐바브웨 출신인 무시와 마카무르 샤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이 축사를 했고, 타지키스탄·체코·아프가니스탄의 유엔 주재 대사들이 토론에 나섰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일대일로 주변 60여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막강한 위상과 이들이 철도·해로·금융·에너지 기반 시설 등으로 연결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내용의 주제 발표를 했다.


    4월11일 오후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 롯데골프장 입구를 경찰 병력이 지키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 행사는 중국이 자국 출신의 경제·사회 담당 유엔 사무차장을 축으로 다른 국가들의 협조를 이끌어내 국제사회에 중국의 리더십을 설파하는 '잘 짜인 그림' 같았다.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중국이 기획한 이런 '그림'들 속에서 중국으로부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관련 치졸한 보복을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억울함은 묻혀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공존공영의 일대일로 경제권'을 주장하는 중국이 주권국가인 한국의 안보상 결정 때문에 직접 관계도 없는 경제적 보복을 가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중국의 이 같은 '위선'을 효과적으로 폭로하고 공격하는 우리의 공공 외교 전력(戰力)은 중국에 대기도 힘들 만큼 역부족이다.

    북핵·미사일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우리가 중국에 보복까지 당하는 건 유엔 외교가에서 별 화제가 되지 못한다. 코리아소사이어티 등 한국 입장을 대변해 줘야 할 단체들도 이 문제와 관련한 행사 하나 열지 않는다.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소리 한마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7일 민주평화포럼 등 재야 단체 인사들이 유엔 본부 앞에서 "한국이 대통령 탄핵과 사법 처리라는 역사적 성과를 얻은 후 새 대통령을 뽑고 있는데 왜 미국은 아무런 정식 합의도 없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 하느냐"며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도의 전략으로 단결해 국제사회 여론을 이끌어가는 중국 앞에서 우리는 더 분열하는 모습을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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