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너무 단편적인 세금 공약들

    입력 : 2017.04.18 03:15

    김홍수 경제부장
    김홍수 경제부장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세금과 관련된 대표적 금언(金言)들인데,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근로 소득자 10명 중 5명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부동산 임대 소득, 금융 소득 등 자산 관련 과세망도 너무 헐거워 면세자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시스템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세제 분야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 유력 대선 주자들은 세제 개혁엔 별 관심이 없다. 법인세 인상 등 단편적인 조세정책만 언급할 뿐 소득세 면세자 축소 같은 쓴소리는 외면하고, 종합 청사진은 아예 내놓지도 않는다.

    현행 우리 세제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아 대수술이 필요하다. 부동산 세금은 보유세가 너무 낮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의 부동산 보유세율은 집값 대비 1~1.5% 수준인데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율은 0.15%에 불과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한탄이 나올 지경인데, 부동산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는 너무 헐겁다. 이런 세제는 부동산 자산의 소수 집중을 초래한다.

    금융 소득에 대한 과세 그물망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금융 소득 중 비과세, 분리 과세로 절세 혜택을 누리는 소득이 전체 금융 소득의 32%에 달한다. 저축성보험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는 고소득층에 대한 특혜나 다름없다.


    /조선일보 DB
    기업과 가계 간 과세 차별도 심하다.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40%)은 글로벌 스탠더드(OECD 평균 35.9%)에 가깝지만, 기업 법인세 실효 세율(14%)은 선진국의 절반(25~30%) 수준이다.

    현행 우리나라 세제의 골격은 자본이 절대 부족하던 개발 연대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시엔 자산을 축적한 국민이 거의 없었고, 빈부 격차도 심하지 않았다. 또 산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자본을 소수에게 몰아줘야 했다.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우리 기업과 가계도 많은 자산을 축적하게 됐다. 요즘 우리나라는 매년 1000억달러가량의 경상수지 흑자를 낸다. 여기서만 연간 100조원의 새 자산이 축적된다. 그 덕에 우리나라는 2014년 순채권국으로 전환했고, 현재 2785억달러(약 320조원·2016년 말 기준)의 순금융자산(해외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갖고 있다.

    그런데 자산 축적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산 격차에 따른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정부도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조세 저항'을 두려워하며 수술을 미루고 있다. 복지 확대 재원이 필요하면 담뱃세 인상 같은 미봉책으로 때운다.

    19대 대선에서 부각된 시대적 과제 중 하나가 양극화 해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조세에 의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너무 약하다. 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 중 조세에 의한 소득 불평등 완화 정도를 보면 한국이 꼴찌권이다. 정부의 재분배가 있기 전 노인 빈곤율이 OECD는 평균 70%, 한국은 61%로 한국이 오히려 낮다. 하지만 연금 지급 등 조세 기능에 의한 재분배 후에는 노인 빈곤율이 OECD는 12%로 뚝 떨어지는 데 반해 한국은 5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양극화는 재정·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높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종합적인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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