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안철수 포스터 만든 이제석, "입히는 대신 벗겼다"

    입력 : 2017.04.17 18:46 | 수정 : 2017.04.17 19:57

    16일 대선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공개됐다. /연합뉴스
    19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각 정당 후보들은 16일 ‘선거 벽보’를 일제히 공개했다. 뚜껑을 열자, 역시나 양강(兩强)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포스터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안철수 포스터는 온라인상에서 ‘해석 논란’을 낳고 있다. 네티즌들은 “안 후보가 과거 안랩에서 만든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V3’를 연상시킨다” “그림자를 지우지 않은 건 ‘그림자 정치’를 의미하는 것” “역시 제작자가 광고 천재” “디자이너가 혹시 안철수 안티?” 같은 반응을 쏟아내며 갑론을박 중이다.
    안철수의 홍보 전략은 유수 국제광고제 수상을 싹쓸이한 경력을 가진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장이 자문하고 있다. 이 소장에게 포스터 제작 과정 뒷얘기를 직접 물어봤다.
    평범한 파격, 안철수 포스터. /연합뉴스
    -안철수 후보 포스터를 이른바 ‘광고천재’가 만들었다고 화제다.
    “안 후보의 선거 홍보물 제작 전반에 대해 자문을 한 건 맞다. 하지만 제 손으로 직접 만든 건 아니다. 이제석광고연구소는 정치중립적인 회사라서 선거 광고를 수주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안 후보 캠프에 의견을 드리고 있다. 캠프 관계자와 디자이너에게 ‘심플하게 하라’는 지침을 줬다. ‘사진도 기존에 있던 사진으로 쓰고, 심플하게, 꾸미지 말고, 평소 모습으로 만들자’고 했다. ‘중요한 메시지만 놔두고, 나머지 불필요한 요소는 다 없애라’라고 했다.”

    -‘국민의 당 기호 3번’ 같이 꼭 들어가야 할 요소가 안 들어갔다는 지적이 있다.
    “사람이 꼭 ‘텍스트(text)’로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다. 포스터 안에 국민의당 ‘삼각형 방파제 로고’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현재 국민의당 인지도라면 저렇게 로고만 들어가도, 국민들이 ‘척 하면 딱’하고 알아본다. 마치 ‘나이키 마크’같은 거다. 꼭 ‘국·민·의·당’이라고 글씨를 써야하나. 또 포스터에서 녹색이 70%를 차지한다. 다른 후보 포스터와 비교해봐도 이렇게 당 상징색이 많이 들어간 포스터가 없다. 기호도 언어고, 색도 언어다. 물론 제가 광적으로 ‘심플리스트’이기도 하다. 다른 홍보물에서도 문구를 짧게 가기로 했다. 그래서 ‘통합’ ‘혁신’ ‘미래’같은 한 단어로 홍보물을 제작했다.”

    -그래도 선거 벽보인데, 안 후보 얼굴이 너무 작은 건 아닌가.
    “스튜디오 가서 찍으면 가식적인 표정이 나오지 않나. 평소 모습이 제일 솔직하다고 생각해서, 아카이브에 있는 사진 중에 제일 잘 나온 사진으로 골라서 쓰라고 했다.”

    -안 후보의 포즈가 ‘V3’을 의미하는 건 맞나.
    “그런 기사를 봤다. ‘V3’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파로마가구’ 광고를 연상시킨다며 ‘안 후보가 옷장을 열고 나와, 새 정치를 열 것 같다’는 사람도 있더라. 그런 거 아니다. 아무 의미 없다. 해석은 자유다. 아무 생각 없이 심플하게 만들라는 지시 밖에 안했다.”

    -‘제작자가 안티’라는 의견도 있다.
    “시간과 돈을 아낀 ‘저예산 포스터’다. 돈 들여 비싼 강남 스튜디오에서 찍지 말고, ‘싸게 하자’고 했다. 선거 자금이 공적 자금인데, 홍보물에 돈 쓰지 말자고 했다. 쉽고 가볍게 해도 홍보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포장을 입히는 게 아니라, 벗기는 게 광고라고 생각한다. 이런 제 광고철학에 대해 일부 광고인은 ‘세련되지 못하고, 품격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는 ‘날 것’보다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예고한다. 앞으로 국민의당이 선보일 모든 선거 홍보물, 유세차량, TV광고, 현수막 모두 파격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저런 식으로 평범하게 나간다. ‘평범한 파격’이다. 하하하.”

    -‘심플’ 말고 저울질한 다른 컨셉은 없었나.
    “어차피 과녁에 ‘10점’은 하나다. 저는 다른 대안이 나오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9점·8점 짜리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안 후보 캠프 홍보 전략에 관여하게 됐나.
    “안 후보가 국민의당 창당 전쯤 대뜸 직접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철숩니다’라면서. 처음엔 라디오 멘트가 흘러나오는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 선거 홍보 자문을 구할 땐 대개 사람을 대신 보낸다. 근데 직접 전화를 했다. 일단 ‘우리 회사는 공식적으로 정치 광고 수주 안 받는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식사만 했다. 한정식집에서 단 둘이 만났다. 저는 정치혐오증이 있다. 그런데 안 후보는 ‘느물거리는 직업 정치꾼’ 냄새가 안나고 순수한 느낌이 들어서 돕게 됐다. 얼굴은 ‘소시지 먹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생겼지만, 내면에는 ‘체 게바라’가 있는 사람이다. 당명 정하기 전날, 안 후보에게 전화가 와서 ‘국민의당’이 좋다고 의견을 말한 적이 있었다. 국민의 당 로고 작업에는 관여 안했다. 이후 김수민 의원의 ‘브랜드 호텔’ 사건이 터진걸 보기만 했다.”

    -정치혐오증이라고 했지만, 정치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정치 뉴스를 하루 종일 보긴 한다. 더민주·자유한국당에도 좋은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울 생각이다. 지금 후보 중에선 안 후보가 제일 괜찮다고 판단해서 돕고 있다. 정권은 5년에 불과하다. 앞으로 제 직업활동을 50년 한다고 생각하면, 정치권에 줄 서고 그러지 않는다. 사심(私心)이 있다고 오해받을까봐 걱정이다. 어쨌든 저는 정치적으로 무색(無色)이고, 정당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문재인 후보 포스터는 어떤 것 같은가.
    “문 후보 포스터를 만든 디자인 전문가의 취향과 능력을 존중한다. 다만 문 후보를 포함해 다른 대선 후보들 포스터 모두 ‘정형화된 방식’을 취하고 있어 고민의 흔적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작업쟁이’이다 보니 작업물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 포스터 작업 성향에 따라 국정(國政)도 내다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는 파격적인 포스터를 컨펌하고 밀어붙이는, 일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개혁가·승부사 기질을 갖췄다.”

    -문 후보 포스터 제작을 총괄한 손혜원 더민주 의원은 “안철수 후보 포스터는 얼굴과 몸 사진을 다른 걸 갖다 붙였다. 짜깁기와 왜곡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포즈와 배경이 안 맞아 사진을 잘라 붙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에 ‘포스터를 쉽고 가볍게 만들자는 의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번 포스터는 다른 대선 후보처럼 얼굴을 잘 생기게 보이게 하려는 ‘포토샵 성형’을 하지 않았다. 스튜디오에서 인위적으로 꾸미는 왜곡도 하지 않았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