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응급환자 놔두고… 구급차가 보복운전

    입력 : 2017.04.17 03:02

    택시와 시비 붙어 욕설·진로방해
    전화로 "환자 태우러 못 간다"

    구급차
    지난 9일 밤 11시 50분쯤 서울 노원구 태릉입구역 사거리.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택시기사 김모(63)씨 앞으로 구급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급히 끼어들었다.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 뻔했던 김씨는 상향등을 2차례 켰다. 깜짝 놀란 데 대한 항의의 표시이자, '안전 운전을 하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 구급차가 '도로 위의 흉기'로 변신했다. 김씨 택시 앞을 막았던 구급차가 후진하며 위협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앞서 갈 때는 택시 뒤를 바짝 뒤쫓아 따라갔다.

    김씨가 피해보려고 했지만, 구급차는 수락산역까지 약 10㎞ 구간에서 20분 넘게 보복 운전을 했다. 택시가 승객을 내려주려고 수락산역에서 멈춰 서자 구급차 기사 박모(36)씨는 구급차에서 내린 뒤 택시 운전석 문을 강제로 열고 김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박씨의 보복은 김씨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끝났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사설 구급차 업체 소속으로 노원구의 한 병원에서 응급환자 후송 요청을 받고 출동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택시와 시비가 붙자 병원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들을 돌린 것이다. 박씨는 택시를 쫓아가면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시비가 붙어 지금 병원에 갈 수 없으니 다른 구급차를 보내라"고 통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다른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고 욕설을 한 혐의(특수협박)로 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택시기사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했다. 경찰은 "보복 운전으로 충격을 받은 김씨는 10여년간 하던 택시기사 일까지 그만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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