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난 정치인의 僞善 싫어… 막말은 서민의 말, 내 스타일대로 갈 것"

    입력 : 2017.04.17 03:02

    ['洪트럼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대선 토론회서 수치 나열하면 그 후보 똑똑해 보이지만
    그건 정부 국장급이 할 소리… 대통령이 국장 노릇 합니까"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이라며 여론 신경 쓰고 줄곧 논의만…
    이는 '쇼'에 지나지 않아… 지도자란 결정·지시하는 것"

    홍준표(63)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다른 후보였다면 굳이 이렇게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 혹은 품성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강단과 결기죠. 대통령이 주저하고 머뭇거리거나 여론의 눈치나 보면 위기 순간에 어떻게 돌파합니까."

    ―방향과 판단이 틀렸을 때는 되돌릴 수가 없는데요.

    "그래서 참모가 필요합니다. 혼자 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의견 수렴 뒤 결정이 되면 주저함이 없어야지요."

    홍준표 후보는“내 성질대로 살아서 여기까지 왔지 아니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내 성질대로 살아서 여기까지 왔지 아니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스트롱맨'이라면서, 체중 미달·근시 등으로 방위병 근무를 했더군요.

    "체중으로 스토롱맨이면 강호동·이만기뿐이겠네. 하하하. 스트롱맨은 강력하게 일을 추진한다는 뜻이지요."

    ―트럼프와 맞짱뜰 수 있는 후보라고 했지요? 만약 트럼프가 우리 국익에 불리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올 때 어떻게 할 겁니까, 대놓고 들이받을 겁니까?

    "국가 이익과 자존심이 걸리면 물러서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무리한 요구에는 단호히 거부하면서 협상할 겁니다."

    ―탄핵 정국에서 '성완종 뇌물수수 사건' 혐의가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나면서 보수 후보로 급부상했습니다. 본인이 운(運)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대로 갔으면 나는 여전히 재판에 얽매여 있었을 겁니다. 최순실과 사정(司正) 라인이 무너지니까 재판이 정상으로 돌아왔죠."

    ―상황 급변으로 후보가 됐으니 '대통령 준비'를 거의 못 했겠군요.

    "후보 중에는 국가 경영 면에서 가장 준비됐을 겁니다. 국회의원 네 번, 원내대표, 당대표에다 도지사를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느냐를 제일 잘 압니다. 대란대치(大亂大治)를 해낼 겁니다."

    ―대란(大亂)은 맞지만 '대치(大治)'가 될지는 의문입니다. 집권하면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응징하겠다니 훨씬 더 심한 국론 분열이 따를 것 같군요. 문재인이 내세운 '적폐세력 척결'과 무엇이 다릅니까?

    "국가 발전과 국민 안위에 위협되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을 말합니다. 잘못된 것을 보고 '통합'이라는 미명으로 적당히 타협하거나 안고 갈 수는 없습니다. 강성노조가 청년 취업을 막고, 전교조는 학교를 좌파 이념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나는 경남지사를 하면서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로 민주노총과 대결했고, 무상급식 문제로 전교조 교육감과 맞붙어 모두 이겼습니다."

    ―홍준표가 이끄는 나라는 과연 앞으로 전진할까, 박근혜 정부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마디로 콘텐츠가 없었습니다. 나는 집권해서 첫 1년은 이런 적폐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려서 국가대개혁을 할 겁니다. 그리고 부자와 기업에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줄 겁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춘향인 줄 알고 찍었는데 향단이… 탄핵당해도 싸다"는 발언을 하고 나서 지지율이 쑥 빠졌지요?

    "박정희의 절반은 하지 않겠나 해서 찍었는데, 탄핵 때 드러난 것을 보고는 비유를 그렇게 한 거지…."

    ―표(票)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지요?

    "표 때문이 아니고 인간적 도리 때문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때 당의 책임자였는데 출당(黜黨)시킬 수 있습니까. 탄핵당하고 구속까지 됐으니 사실은 이중 처벌을 받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 맞선 뒤 결별한 유승민에 대해 '배신자'라고 지칭했지요? 정말 배신자로 봅니까?

    "인간적으로 배신했다고 봅니다. 그의 처신은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대학 시절 개그맨이 되려고 했다고요?

    "인생 유전(流轉)이라고…, 나는 1971년 육사(陸士) 특차에 합격했어요. 하지만 그해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걸 보고 검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과에서 문과로 바꿔 고려대 법대에 들어갔습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내가 우스개를 하니까, 학과 선배였던 MBC PD가 개그맨에 응시하라고 권했지요. 그해 10월 유신(維新)이 선포 안 됐으면 그렇게 됐을 겁니다."

    ―농담을 잘해 그 시절 별명이 '황당무계'에서 따온 '무계'였다고요?

    "하하하, 어렵게 살아도 세상을 재미있게 살 생각을 해야지. 지난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도 나는 즐겁고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즐겁게?

    "그렇습니다. 토론회에서 수치 나열하는 후보가 똑똑한 양 보이지만, 그것은 기획재정부 국장이나 할 소리지. 대통령이 국장 노릇 해야 합니까. 대통령은 통치 철학과 사상만 굳건하면 되지, 실무진이 하는 걸 다 할 필요가 없어요."

    ―토론회 후 평가가 불만스럽습니까?

    "그런 평가나 댓글, 여론조사에는 별로 신경 안 씁니다. 나는 책무에 열심히 하는 사람이지, 외부의 평가는 일이 다 끝났을 때 받는 겁니다. 다음 토론회도 이렇게 할 겁니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즐겁게 해주는 겁니다."

    ―지난번 JTBC 인터뷰에서 손석희 앵커에게 "작가가 써준 것 읽지 말고 그냥 편하게 물으라"는 식으로 골려주듯 답변한 것도 그런 차원입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태권도에서 이렇게 때리면 이렇게 막으라는 '약속 대련'을 하듯 인터뷰하면 됩니까. 유명한 방송 앵커가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는 즐겁지 않습니까. 통쾌하고…."

    ―지금도 이런데, 만약 홍 후보가 최고 권력의 자리에 가면 까칠하고 비판적인 언론인을 아예 쥐어박을 것 아닙니까?

    "턱도 없는 소리…. 지금이 5공(共)입니까. 나는 아무리 긴박한 순간에도 여유와 농담을 잃지 않습니다."

    ―유머 감각은 높이 살 만합니다만, 막말과 가벼운 언행이 도를 넘어 '대통령 품격'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는데?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말은 가장 서민적인 말입니다. 고품격 언어만 사용하고 싫어도 싫다 소리 안 하고 좋아도 좋다 소리 안 하는 것은 위선(僞善)입니다. 나는 정치인의 위선을 참으로 많이 봤습니다. 나는 내 스타일로 합니다."

    ―참모들이 '말씀을 자제하라'고 조언을 한다는데?

    "많이 하죠. 하지만 이는 내 스타일입니다. 22년 정치하면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 와서 왜 바꿉니까. 내가 못 배웠습니까, 지식이 없습니까, 국정 경험이 없습니까. 왜 갑자기 내 스타일을 버리고 위선을 취해야 합니까. 내 있는 대로 판단받고,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비판이 있다고 해서 내 본래의 것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넥타이는 반듯하게 매기로 했다면서요?

    "목이 졸리면 생각이 잘 안 나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는데, 참모들이 '건달 같다'고 해 그거 하나는 고친다고 했어요."

    ―누가 조언하면 잘 안 받아들이고 '마이 웨이'로 간다고 하더군요.

    "들을 것은 듣지만, 적당히 타협하라는 말은 안 듣습니다."

    ―참모나 부하 직원들에게 버럭 화내고 막말을 한다면서요?

    "하하하, 성나면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죠. 자주 안 하지, 아주 어쩌다가. 성질을 숨기고 살면 암(癌)에 걸리지요."

    ―늘 성질을 죽이고 사는 부하 직원들의 건강은?

    "화를 내고 나면 바로 풀어줍니다. 그러니까 내 옆에 있지, 아니면 다 도망갔지요. 하하하."

    ―홍 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맴도니, 일부 보수 인사는 '차악(次惡)'인 안철수를 찍자고 주장하는데?

    "인터넷과 SNS 발달로 여론 형성 기간이 짧아졌습니다. 안철수가 10% 초반에서 갑자기 튀어오른 것은 불과 닷새 만입니다. 안철수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고, 그 뒤에는 박지원이 있습니다."

    ―안철수에게로 간 보수 표를 되찾는 게 관건이겠군요. 적당히 되찾으면 표 분할로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 조어처럼 되겠지요?

    "수도권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50%가 넘고 자유한국당은 10%도 안 됐지만, 재·보궐 선거 4곳 중 3곳을 우리가 이겼습니다. TK 지역 6곳에서는 전승했습니다. 숨은 민심이 있다고 봅니다. 이제 프레임이 '탄핵 대선'에서 '안보 대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좌우 구도에서 보수 표는 제게 돌아올 겁니다."

    ―젊은 층에서 영 인기가 없습니다. '야들아, 내가 너희의 롤 모델인데, 근데 왜 너희는 나를 그래 싫어하냐?'라고 SNS에 올렸지요. 현대조선소 야간 경비원인 아버지와 고리 사채로 머리채 잡혔던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홍 후보의 스토리가 왜 안 먹힐까요?

    "우리 당 자체가 인기가 없으니까요. 제가 진보 계열에 갔으면 벌써 대통령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젊은이들에게 영합해서 '청년수당'처럼 당장 달콤한 공약은 하지 않습니다. 나는 꿈 이야기를 합니다.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꿈이 없기 때문에 힘든 겁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봐야 희망이 보이고 살길이 열립니다."

    ―젊은이 얘기를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홍 후보는 지시하는 데 익숙해 있지요?

    "얘기를 다 듣죠. 듣는 것에 그치면 '쇼'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이라면서 여론에 신경 쓰고 줄곧 논의만 합니다. 지도자는 결정을 내리고 지시해야 합니다. 욕먹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욕먹더라도 할 일을 해야 합니다."

    ―홍 후보는 "육십 넘게 '도꼬다이(단독)'로 살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당이란 세력이 붙었다"라고 했지요. 지금껏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남들과 함께 일을 못 하는 겁니까?

    "그게 아니고, 계파에 휩쓸리지 않고 내 힘으로 정치를 해왔다는 뜻입니다. 어떤 권력에 머리 숙이고 졸개 짓을 안 했습니다. 내 자존심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듣기 싫은 말이 있어도 성질부리지 말고 참으라. 사람을 포용하라"는 조언을 들었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나이 육십 넘어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자기 성질대로 살아서 나는 여기까지 온 겁니다. 아니면 벌써 사라졌을 겁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오해가 많습니다. 시간이 가면 풀릴 것으로 봅니다."

    ―어떤 점을 오해합니까?

    "나를 오만하다, 독선적이다…."

    ―정확히 알고 있군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추진력이 있으니까 그렇게 비친 거죠. 일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요즘은 이미지 좋은 대통령을 선호해서 걱정입니다."

    ―본인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보시죠.

    "그게 당장에 됩니까."


    [인물정보]
    홍준표 "세월호로 3년 울궈먹었으면 됐지"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