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16일 “오는 29일까지 상황(지지율)이 나아지지 않으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에게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이자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지도부 중 한 사람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원총회를 열어 후보 사퇴를 포함한 당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대선 후보) 등록을 하면 중도에 사퇴하기 어려워 끝까지 완주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등록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바른정당 내부에선 유 후보가 지금과 같은 한 자릿수 지지율로 대선 완주를 강행할 경우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대선 후 당이 소멸할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이 의원은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오는 29일 시점에서 한 번 더 (사퇴)이야기가 있을 것인 만큼, 중도사퇴를 통해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유 후보가 대선에서 4~5% 득표했는데, 4~5% 차이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지면 최악의 경우 아닌가”며 “이달 말까지 (지지율 추세를) 보고 그래도 유 후보,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가능성이 없다면 안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단순하게 단일화를 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이 안 된다고 본다”며 “자유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계까지 힘을 합쳐 국회의원 100여명 정도가 안 후보에 대한 지지에 나서면, 국민에게 향후 국정에 대한 안정감을 심어줘 여론이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바른정당 의총에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요구가 시작될 것”이라며 “정치공학적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차원에서 당 대 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철수 후보 지지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당의 후보로 남아 있는다 해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는 “의원들이 (사퇴) 의견을 내면 유 후보는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유승민 후보 측은 사퇴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스스로 낡은 기득권조차 버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해선 최소한의 염치조차도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 중앙선대위의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유 후보는 국민과 당원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은 정당성 있는 바른정당 대선후보”라며 “어제 후보 등록하고 오늘 공식 선거운동 코앞에 둔 시점에 사퇴 운운은 부도덕하고 제정신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언동”이라고 했다.

사퇴론을 일축하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지 대변인은 이어 “지금 유 후보는 어떤 정치인도 가지 못했던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서 “그 길이 아무리 외롭고 험한 가시밭길이라도 국민 여러분만 보고 의연하게 용감하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