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권력지도 급변… '미국 우선주의' 밀려났다

    입력 : 2017.04.15 03:02 | 수정 : 2017.04.15 08:01

    취임 석달만에 포퓰리즘 '실패'
    트럼프 귀 사로잡는 그룹 바뀌어… 국제 감각 갖춘 전문가들이 득세

    합리적인 쿠슈너·맥매스터·콘… 전략·안보·경제 핵심 3분야서 강경파 배넌·플린·나바로 제압

    오는 20일로 취임 3개월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초기 극단적인 포퓰리즘에서 온건 중도 성향으로 급격히 돌아서고 있다.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라며 고립주의를 강조해온 그가 시리아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주의로 돌아섰고 "낡고 쓸모없다"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국제 평화를 위한 방어벽"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던 것도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됐다.

    안보·외교·경제 전반에 걸친 트럼프의 이 같은 반전(反轉)의 배후에는 백악관 권력 지도의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 서클에서 온건파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중심의 온건파와 전문가 그룹이 집권 초기 백악관을 쥐고 흔들었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등 강경 포퓰리즘 세력을 누르고 주도권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WP는 "합리적이고 국제적 감각을 지닌 온건파 인사들이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놓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극우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배넌과 공화당 강경 보수파인 프리버스 등은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트럼프 케어' 등에서 연이어 실패하면서 대통령의 신임을 잃고 권력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쿠슈너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력해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막후 조율하고 합참의장의 이라크 방문에 동행하고, 시리아 공격 대책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등 외교·안보 분야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내겐 공화당도, 민주당도 중요하지 않고 일이 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콘 위원장은 전문가의 능력으로 트럼프의 신임을 이끌어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NEC 위원장을 지낸 진 스펄링은 WP에 "콘은 워싱턴 정치권에서 초보이지만 권력 투쟁 방식이 아닌 전문성으로 NEC를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콘이 부상하면서 반중(反中) 경제학자 출신으로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등 강경 보호무역 정책을 주장해온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취임 초기 강경 보호무역 주장에서 후퇴했다. 찰스 프리먼 바우어그룹아시아 이사는 이날 미 한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트럼프 정부 외교통상정책 세미나에서 "나바로 위원장이 오는 6월쯤 퇴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안보 분야에서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 내통 의혹으로 물러난 후 3성 장군 출신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부임했다. 그는 극우 성향이 강한 배넌, 플린이 임명한 폭스뉴스 출신의 캐슬린 맥팔랜드 NSC 부보좌관 등 비전문가들을 내보내고 NSC를 장악했다. 플린의 사람은 물론 트럼프의 '오른팔'인 배넌까지 축출한 그는 러시아의 동맹국인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주도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안보 정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새로 NSC 부보좌관으로 임명된 디나 파월은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의 최측근이어서 백악관 안보 분야 역시 맥매스터와 이방카·쿠슈너 세력의 연합이 강경파를 제치고 접수한 모양새다.

    트럼프의 잇단 정책 뒤집기는 30%대까지 떨어진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시리아 공격 이후 그에 대한 지지율이 51%까지 치솟는 등 정책 변화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좋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배넌을 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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