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제너럴 조'가 그립습니다"... 유나이티드 항공 사건 터지자 사람들이 '조승희' 찾는 이유는

입력 2017.04.14 16:57 | 수정 2017.04.14 18:30

l
/인터넷 캡쳐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기에서 베트남계 미국인 승객 데이비드 다오(David Dao)씨가 끌려나간 사건이 보도되자, ‘제너럴 조(General Cho)’를 추모하는 사람이 여럿 나타났다. 조 장군, 그는 누구일까.

조승희는 어떻게 인종 차별 저항의 상징이 됐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범인 조승희./인터넷 캡쳐
조승희, 즉 ‘제너럴 조’는 미국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 범죄자다. 꼭 10년 전인 지난 2007년 4월 16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州)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해 32명의 목숨을 끊고 29명을 다치게 했다. 본인도 범행 직후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했다.

이런 흉악범을 장군으로 만든 건 디시인사이드 야구 갤러리(이하 야갤)다. 2014년 4월, 디시인사이드에선 역사 갤러리(이하 역갤)를 중심으로 한민족 반만년 역사를 비하하는 친일파 네티즌과 동양인 외모를 폄하하며 서양인을 숭상하는 아랫도리 탈아입구론(脫亞入歐論)자들이 이웃 갤러리를 넘나들며 분탕을 치고 있었다.
2014년 4월 당시 야갤에 올라왔던 콘텐츠들./인터넷 캡쳐
이를 보다 못한 야갤 유저들이 꺼내 든 카드가 조승희였다. 인종 차별에 저항해 백인을 단죄한 민족의 영웅이라는 거였다.

이들은 조승희가 벌인 총기 난사 사건을 ‘버지니아 대첩’이라 불렀다. 동양인의 강력함을 미국인 가슴 깊이 새기게 한 뜻깊은 승리여서라 한다. 130년 만에 이루어진 신미양요(1871)의 복수라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제너럴’, 즉 ‘장군’ 소리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고작 한국인 1명(조승희) 피해만으로 미국인 60여명을 죽고 다치게 한 희대의 전술가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사실 조승희의 주요 범행 동기는 인종 차별이 아닌 빈부격차였다. 그는 범행 직전 미국 방송사 NBC에 보낸 동영상 선언문에서 “너희 부자 놈들(rich brats)은 벤츠나 금목걸이 은행 돈 보드카 코냑 등 온갖 향락으로도 만족하질 못하지. 모든 것을 가진 이 속물들아. 너희는 내 마음을 짓밟고 내 영혼을 강간하고 내 양심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선언문 어디에도 인종 차별을 언급한 문구는 없었다. 조승희 어록으로 알려진 “백인의 차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동양인 스스로가 백인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을 갖는 것입니다” 등은 네티즌이 꾸며낸 문장이다.

하지만 실제야 어쨌건, 한국 비하 글이 나올 때마다 조승희가 안티테제로 등판하다 보니 어느덧 그는 ‘인종 차별 저항’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평가야 자유라지만…

조승희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어떤 식으로 평가하건 그건 개별 네티즌 자유다. 다만 이 글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조승희는 실제로는 장군이 아닌 대량 살인범(mass murderer)이라는 거다.

여담으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피해자 가족들은 지금도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10주년을 맞은 올해도 미국에선 이들을 기억하는 모임이 열린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베티 쿠에바씨가 가족사진을 들고 있다. 그의 아들 다니엘 페레즈 쿠에바는 지난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 때 희생당했다./The Virginian-Pilo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