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옷보다 침대보… 패션 허세 버린 20~30대 '리빙족' 덕에, 13조 홈 리빙 시장 열렸다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17.04.17 06:00

    패션은 찰나의 만족… 20~30대 중심으로 삶의 질 높여주는 홈퍼니싱 열풍
    옷과 가방으로 과시하던 문화, 홈파티와 혼술 늘며 인테리어 뽐내기로 이동
    패션업계, ‘패션 리빙’으로 불황 돌파… 13조 홈 리빙 시장에서 격돌
    가성비 좋은 SPA부터 하이엔드 리빙 시장까지 수요 다양
    마틴싯봉 리빙, 까스텔바쟉 홈,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등 급성장

    홈 카페 컨셉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마틴싯봉리빙/사진=마틴싯봉리빙
    “원래 꾸미고 치장하는 걸 좋아했어요. 예전엔 샤넬 백을 사려고 친구들하고 계(契)도 했는데(웃음)…, 이젠 옷보다 집안을 가꾸는 게 더 좋아요. 몸을 치장하는 건 한순간이지만, 집을 꾸미는 건 만족감이 오래 가니까 합리적이란 생각도 들고요.”

    직장인 이수현(32) 씨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이 취미다.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 후 회사 근처 코엑스몰에 있는 자라홈 매장에 들러 쇼핑을 한다. 품목은 다양하다. 디퓨저, 테이블 매트, 와인잔 등 작은 소품부터 침대보, 베갯잇 등 침구류까지. 이씨는 “작은 소품 하나만 바꿔도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뀐다.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혼술을 하는 게 낙이다. 그렇다 보니 집안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집 꾸미기로 이동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홈퍼니싱은 40~50대 주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20~30대 젊은 고객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면서 남성들도 홈퍼니싱에 동참하는 추세다.

    ◆ 옷보다 집 꾸미는 게 더 좋아, 홈퍼니싱 시장 급부상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기는 시점에 ‘삶의 질’에 중점을 둔 소비가 증가하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의 경우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1992년부터 10여 년간 인테리어 산업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 한국도 3만 불을 코앞에 둔 만큼 홈퍼니싱 시장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2015년 12조5000억 원 규모에서 2023년에는 18조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국적인 패턴의 자라홈 언더워터 컬렉션/사진=자라홈 제공
    홈퍼니싱 열풍은 20~30대가 주축이 되고 있다. 1인 가구 및 소형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자, 나만의 개성을 살린 공간이다. 집밥, 집술, 홈트레이닝, 홈파티 등의 인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월세족이 대부분인 이들은 저렴하면서도 세련된, 그러면서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트렌디한 인테리어 제품을 선호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경우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주방식기 상품군에서 20~30대 고객의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이들이 주로 구매한 것은 가성비가 높은 리빙 SPA 브랜드들이었다. 작년 주방식기 조닝의 매출은 3.7% 늘었지만, 신제품 회전율이 빠른 리빙 SPA 브랜드는 같은 기간 25.2%가 늘었다.

    ◆ 패션보다 리빙이 가성비 좋아… SNS로 전시하기 딱 좋은 아이템

    홈퍼니싱 바람이 불면서 리빙 제품을 구매하는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이상민 롯데백화점 수석 바이어는 “예전에는 한 브랜드에서 모든 제품을 풀 패키지로 구매하는 것이 대세였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이템별로 전문 브랜드를 찾는 세분화된 구매 패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침대 프레임은 저렴한 브랜드에서 사고, 기능성이 중요한 매트리스는 전문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식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서 에이스와 시몬스의 매트리스 판매율은 40%가 신장했다. 기능성과 합리성, 개성까지 꼼꼼히 따지는 가성비 소비가 두드러진 결과로 해석된다.

    개성있는 리빙 소품을 선보이는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사진=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인스타그램
    가성비 측면에서 집 꾸미기는 패션보다 더 우세하다. 직장인 박성현(29) 씨는 “옷은 만족감을 느끼는 시간이 짧다. 트렌드 주기가 너무 짧기 때문”이라며 “반면 집을 꾸미는 건 생활에 더 유용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 같다. 같은 값이면 집에 투자하는 게 가성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원경 스타일러스 한국 대표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대중화에 주목한다. “현재 소비시장의 주축이 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에 태어난 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들에게 홈퍼니싱은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패션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 ‘리빙의 패션화’ 외치는 패션업체들,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리빙 시장에 활력

    의류 구매를 줄여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소비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패션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홈퍼니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도입해 ‘패션의 라이프스타일화’를 꾀했던 기존의 소극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리빙 브랜드를 론칭해 불황을 탈피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패션 리빙 브랜드의 강점으로 빠른 회전율, 독창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등을 내세운다.

    까스텔바쟉 홈 롯데백화점 잠실점 매장 전경/사진=까스텔바쟉홈 제공
    슈페리어가 2015년 론칭한 마틴싯봉 리빙은 프렌치 감성을 접목해 20~30대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패션에서 주로 활용하는 블랙 앤 화이트 색상과 줄무늬, 도트, 하운즈투스 체크 등을 식기에 도입한 ‘패션 홈세트’의 경우 월 300세트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패션그룹형지의 까스텔바쟉 홈은 지난 3월 매장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기존의 패션 리빙 브랜드가 저가,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데 반해 이 브랜드는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를 표방했다. 디자인도 화려한 색감과 이국적인 패턴으로 차별화를 뒀다.

    위비스는 지난해 8월 덴마크 디자인 소품 브랜드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을 들여와 리빙 SPA 시장을 정조준했다. 북유럽풍 디자인의 인기와 함께 현재까지 7개 매장을 오픈했다. 올해 8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했는데, 현재까지 매출 30억 원을 달성했다.

    이상민 롯데백화점 수석 바이어는 “패션 업체가 선보이는 리빙 브랜드는 트렌디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리빙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 패션 시장에서 이미 인지도를 검증받은 브랜드라면, 리빙 시장의 진입도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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