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가짜 의학정보 홍수에 익사 안하는 법

  • 송태호 송내과의원 원장·의학박사

    입력 : 2017.04.15 03:02

    [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믿을 만한 연구의 기준
    권위있는 논문지에 실리고
    임상 참여한 사람이 많고… 이론적 근거 풍부히 제시

    무척대고 믿어선 안되는 말
    ① 전문가에 따르면… ② 신약이 나왔다는데… ③ 이 음식, 어디에 좋다

    [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평소 고혈압이 있어 혈압 낮추는 약과 아스피린을 복용하던 환자가 느닷없이 "이제 아스피린은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 가족력도 있고 담배도 피우는 사람이라서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이 올까 살피고 있던 환자였다. 혹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서 위장 장애나 피멍이 들어서인가 물었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병원에 오기 며칠 전 TV에서 어떤 의사가 "아스피린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같은 직종 사람이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많은 의학적 결과는 아직 아스피린이 심혈관과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증명한다. TV에 나온 누군지도 모르는 의사에게 내가 진 것 같아 분한 마음이 들었다. 환자에게 다시 설명하고 아스피린을 처방해 보냈으나 돌아선 환자가 아스피린을 잘 먹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 의학 기사가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조차 어제는 비타민이 좋다고 얘기하다가 오늘은 비타민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세상이다. 정보 홍수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개가 사람을 물어봐야 기사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삿거리가 되므로 기존의 주장과 달라야 시청자 눈길을 끌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범람하는 의학 정보 속에서 어떤 정보를 택할 것인가. 제일 먼저 확인할 것은 그 연구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명성이다. 학술지에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는 것은 그 학술지가 연구 결과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학술지마다 기라성 같은 편집자들이 투고되는 수많은 논문들을 눈에 불을 켜고 살핀다. 어쭙잖은 연구는 당연히 실릴 수 없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의 경우 연구 대상으로 포함된 사람 수도 매우 중요하다. 연구 대상의 수가 많을수록 믿을 만한 연구다.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오직 실험실에서 한 연구들까지 알 필요는 없다. 아주 새로운 학설인 경우에는 연구 대상자가 적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후속 연구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현재의 학설이 맞는다고 가정하는 것이 옳다.

    아무리 이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됐고 연구 대상자가 많은데 결과가 지금까지의 상식과 다르더라도 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론적 근거)이 없으면 일단 논외로 치고 교과서에 나온 것을 믿어야 한다(비타민에 대한 연구들이 대표적이다).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연구는 쳐다볼 필요도 없다.

    의학 기사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이라는 말은 말장난이다. 정말 전문가에게 두루 자문한 기사는 많지 않다. 특히 신약이 만들어졌다는 기사에 가슴 부푸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실망이 훨씬 더 크다. 100개의 신약 기사 중 아흔아홉 개는 상용화되지 못하고 묻힌다. "무슨 음식이 어디에 좋다"는 기사도 흘려 읽어야 한다. 그 음식들에서 좋은 것만 뽑아 만든 약들이 지천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뉴스가 넘쳐난다. 사람들에게 소비될 때에만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매스컴의 숙명이므로 기존 상식과 자극적이어야 뉴스 소비가 잘된다. 매스컴을 대하는 우리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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