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만취 손님 길에 둔 노래방 종업원 구속 왜?

    입력 : 2017.04.14 03:02 | 수정 : 2017.04.14 22:59

    서울 영등포구의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백모(26)씨는 지난달 23일 아침에 밤샘 영업을 마치고 귀가해 잠들었다가 경찰서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서둘러 경찰서에 간 백씨에게 경찰은 "당신이 길에 내놓은 손님이 숨을 쉬지 않아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손님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은 백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술에 취한 손님을 죽게 내버려 둔 혐의라는 것이다.

    백씨는 이날 오전 6시 50분쯤 노래방 영업을 마치고 가게를 정리하다가 방에 쓰러져 잠든 손님 이모(32)씨를 발견했다. 흔들어 깨워보았지만, 만취 상태인 이씨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백씨는 다른 종업원 황모(24)씨, 친구 김모(25)씨와 함께 이씨의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훔쳐 총 100만원을 인출했다. 이후 체구가 크고 술에 취해 늘어진 이씨를 들어다 가게 앞 길거리에 내려놓았다. 날씨가 춥지 않았기 때문에 동사(凍死)할 염려는 없다고 생각한 백씨 일행은 이씨를 건물 벽에 기대 앉혀놓은 뒤 집으로 갔다. 그 결과 백씨 일행은 절도에 유기치사 혐의까지 받게 됐다.

    경찰 조사 결과, 길가에 주저앉아 있던 김씨는 오전 7시 20분쯤 의식을 잃은 채로 행인에게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씨는 다음 날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이씨의 사인은 과음으로 인한 무호흡증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노래방 직원인 백씨에게는 가게에 온 손님을 보호할 '계약상 부조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이씨를 방치했기 때문에 유기치사 혐의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백씨와 함께 이씨를 나른 친구 김씨와 종업원 이씨도 불구속 입건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한편 가족들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백씨 일당의 절도혐의를 유족들이 문자메시지 등의 증거를 제출하며 알리기 전까지 몰랐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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