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반도 위기설' 한술 더 뜨는 日언론

    입력 : 2017.04.14 03:02 | 수정 : 2017.04.14 07:36

    김수혜 도쿄 특파원
    김수혜 도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 때 원래는 시진핑 주석과 15분만 독대하려 했는데, 궁합이 잘 맞아 두 시간으로 길어졌다"고 했다. 그 두 시간 동안 두 정상이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일본 언론은 요즘 날마다 속보를 쓰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주요 일간지와 3대 통신사, NHK가 보도한 기사는 500건에 가깝다. 굵직한 내용을 발굴해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나온 작은 에피소드에 전날 나온 얘기를 덧붙여 굴려가는 식이다.

    트럼프가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일본이 어떻게 대응할지 한발 앞서 걱정하는 기사도 쏟아진다.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외무성, 우파 정치인들이 이런 기사를 양산하는 데 번갈아가며 힘을 보탠다.

    일본 외무성은 11일 "한국으로 여행 가는 사람은 최신 뉴스를 주의하라"고 경보를 발령했다. 12일에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납치 문제 전문가를 만나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에 억류 중인) 일본인 납치 피해자도 구출해달라고 미국에 협조를 요청해놨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이걸 받아 13일 자 조간 1면에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을 구출해 일본으로 데려올 때 자위대가 어떤 비행기를 쓸지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보도한 12일자 일본 산케이신문(왼쪽)과 니혼게이자이신문. /연합뉴스
    일본이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일 양국이 공조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이 쏟는 관심의 밑바닥에는 이런 현실적 고려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쏟아진 500건 가까운 기사 중 상당수는 '한국은 이상하고 위험한 나라이고, 중국은 못 믿을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북한을 공격할 때, 일본의 안전도 확보하고 일본의 영향력도 강하게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본 안보 전문가 중에 미국이 실제로 군사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는 소수인데, 일본 언론은 들떠서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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