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칼럼] 안철수가 왔다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입력 : 2017.04.14 03:17

    '文 대세론' 위협하는 '安 돌풍'… 탄핵 정국엔 文이 대안으로 부각
    이후 경제와 안보가 화두 되자 이번엔 安이 화답하며 兩强 형성
    민심이 만든 구도 속 둘의 경쟁, 정치 생태계 더 건강하게 할 것

    윤평중 한신대 교수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안철수 시즌 2'가 벚꽃처럼 만개(滿開)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선풍을 일으킨 안철수가 더 강력한 2017년의 '강철수'로 돌아왔다. 안풍(安風)은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신화를 단번에 깨트렸다. 문재인 캠프는 초(超)비상이다. 안철수의 약진에 놀라 중도와 보수에 대한 구애를 시작했다. '북핵 도발이 계속될 경우 사드 배치를 강행할 수 있다'는 문재인의 안보 우클릭이 단적인 사례다. 결국 진짜 대선은 지금부터다. 5월 10일 안철수나 문재인이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거라는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문재인 대세론은 애당초 거대한 착시(錯視)였다. 탄핵 정국이 그를 박근혜의 대항마로 불러낸 것이 대세론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반사 효과였으므로 박근혜 퇴장과 함께 문재인 대세론의 거품이 꺼지는 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문·안 양강 구도 대두 자체를 부정했던 문재인 진영의 첫 반응은 집단 극단화의 함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이 안철수를 키웠다는 음모론이 전형적이다. 이들은 언론 덕분에 안철수가 큰 게 아니라 안철수가 뜨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주목한다는 상식조차 거부했다. 보수·진보 언론 전부와 여론조사 기관 전체가 안철수를 띄운다는 친문 세력 일각의 집단 망상은 편향 동조의 최악의 사례다.

    지금은 문재인의 최대 위기다. 탄핵 정국이 문재인을 호명한 것처럼 포스트 탄핵 정국이 안철수를 불러내고 있다는 통절한 자기 성찰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문재인은 제2의 도약이 가능하다. 탄핵 이후 화두는 이미 민생 경제와 국가 안보로 옮아갔다. 경제 살리기와 나라 지키기를 바라는 여론의 변화에 문재인 진영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심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안철수를 악의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거친 선악 이분법이 사태를 한층 악화시키고 있다.

    화려하게 돌아온 안철수에게 비단길 꽃가마만 놓여 있는 건 아니다. 실상은 정반대다. 본격 검증이 시작되면 그의 대선 가도는 위태롭게 출렁일 것이다. 안철수는 다음과 같은 중대 질문에 투명하게 답해야 한다. 첫째, 보수의 지지가 안철수 태풍을 추동하고 있는 만큼 '안철수 정부'가 역사를 과거로 돌려놓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해명해야 한다. 여론 정치가 핵심인 민주주의에서 스스로 지지 기반을 버리는 리더십은 상상하기 어렵다. 안철수의 미래 지향적 개혁 정책은 자신을 밀어준 보수 우익의 이해관계와 부딪칠 수 있다. 그런 결기와 결단을 증명하는 것이 안철수의 과제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안철수(오른쪽) 대선 후보가 박지원 중앙선대위 상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둘째, 국회의원 40명의 소수 정당으로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거함(巨艦)을 운행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픈 캐비닛 약속만으론 태부족이다. 실제 손에 잡히는 구체적 공치(共治) 제도를 공약하고 실행해야 한다. 경쟁 세력을 죽여야 자기가 산다고 믿는 한국적 전쟁 정치를 넘어서는 통합과 연대 방안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떠나간 '안철수의 사람들'에서 보듯 그는 홀로 결정하고 지시하는 CEO 리더십에 가깝다. 타고난 목소리를 바꾸는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협치의 리더십을 안철수는 깨쳐야 한다.

    셋째, 경제와 안보의 복합 위기를 풀 수 있는 대통령의 능력이 중요하다. 시스템이 있어도 그 시스템을 운영할 리더가 무능하고 혼미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박근혜 정권의 처참한 몰락이 보여주는 그대로다. 촛불 체험으로 꽃핀 한국 시민의 정치적 감수성은 차기 정부에 양날의 칼이다. 안철수의 소수 정부는 경제난과 안보 위기의 이중 파고(波高) 앞에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주권 의식이 높아진 시민들은 약체 대통령이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교착 상황을 오래 인내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 정치의 난장(亂場) 속에서 유능하고 선한 리더십을 입증함으로써 청사에 이름을 남기려 하는 '대통령 안철수'가 맞게 될 최대 도전이다.

    문재인의 집권을 역사의 필연이자 촛불의 구현으로 믿는 사람들은 안풍(安風)을 역사의 후퇴로 간주한다. 문재인 집권을 촛불의 중우정치에서 비롯된 망국의 길로 여기는 이들은 안철수를 구국의 대안으로 떠받든다. 하지만 두 극단론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안철수와 문재인은 결코 정치적 메시아가 아니다. 영웅사관(英雄史觀)의 시대는 가고 시민 민주주의 시대가 왔다. 민심이 만든 안풍과 문·안 경쟁은 우리의 정치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한다. 안철수 바람은 문재인에게는 쓰지만 좋은 약이다. 돌아온 안철수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역사 앞에 증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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