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 핵시설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3일 열린 첫 TV 토론에서 대선 후보 5명이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미국이 북을 군사적으로 타격하려 하면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사전에 미·중 정상과 통화하거나 특사를 파견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북에도 핫라인을 통해 도발을 중지하게 할 것",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한·미 합의하에 모든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춘 후 해야 한다"고 덧붙인 정도가 달랐다.

누구든 이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전면전이든 국지전이든 확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선제타격에 찬성한다고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의 명운을 짊어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선제타격 무조건 반대'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만 한다.

선제타격은 북이 핵·미사일 도발을 할 징후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예방적·자위적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국방장관 차원을 제외하더라도 서너 단계의 동맹 협의체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상황은 북의 공격이나 최종적 도발이 명백해진 순간일 것이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항모 배치는 "북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이 선제타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가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 후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중대한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항모 칼빈슨호를 비롯한 전략 무기를 한반도 주변 해역에 집중시키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상회담 불과 5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평화적 해결'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북한 문제 해결을 도우면 무역 문제에서 양보하겠다고 시 주석에게 밝힌 사실도 알려졌다. 양국 사이에 큰 거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선전 매체는 북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북에 제공하는 원유를 끊을 수도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이런 내용이 중국 정부 매체에 등장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상당한 상황 변화다.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결국 트럼프식 강공(强攻) 전략이다. 선제타격과 북 미사일 요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미국의 입장이 분명해지면서 꿈쩍도 않던 중국이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전쟁도 막아야 하지만 북의 핵·미사일도 반드시 폐기시켜야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느 쪽이 더 피해가 클 것인지를 판단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이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이 전화를 걸어 전쟁만은 막겠다는 정도로 해결될 리 없다.

인류 분쟁 역사를 보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킨 것은 결국 '공포의 균형'이었다. 한쪽이 공포를 갖고 있는데 다른 쪽이 공포를 포기해 버리면 평화는 결국 깨진다. 북한 김정은 집단도 공포를 실감해야 한다. 중국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이 공포의 균형에 대한 고민도 없이 무조건 전쟁 반대만 외칠 때 가장 좋아할 사람은 김정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