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부동표가 40%… TV토론 거치며 치열한 4파전

    입력 : 2017.04.13 03:03 | 수정 : 2017.04.13 08:13

    [프랑스 대선 D-10]

    - '결선 진출' 2명 누가 될지 몰라
    'TV토론 승자' 강경좌파 멜랑숑, 한 달 새 지지율 8%P 급등
    마크롱·르펜은 지지율 하락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커져 정당 대신 후보 간 대결 구도로
    테러·난민·실업문제 불거져 극우·극좌 포퓰리즘 돌풍

    "프랑스 대선 역사상 이번처럼 유권자들이 방황한 적은 없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11일(현지 시각) 열흘 남은 프랑스 대선의 향방을 "예측 불가능"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여론조사 기관 오피니언웨이에 의뢰해 이달 초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꼭 투표하겠다는 사람 중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는 59%에 불과했다"며 "남은 기간 각 진영의 부동층 사냥이 불꽃 튈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대선은 오는 23일 1차 투표 때 누가 결선(5월 7일)에 진출할 '최후 2인'에 뽑힐지 장담할 수 없는 '막판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와 신생 정당 '앙마르슈!' 에마뉘엘 마크롱 대표, 극우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대표, 강경 좌파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대표 등 4명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안팎인 데다, 부동층도 많아 누구라도 결선 진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선거 판세는 이달 들어 급변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마크롱과 르펜이 20% 중반대 득표율로 결선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둘의 지지율은 3위였던 피용 전 총리와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하지만 지난 4일 TV 토론을 거치면서 좌파당 멜랑숑 대표의 인기가 치솟았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TV 토론을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산당 지지를 받는 그는 노동시간 주 32시간으로 단축, 최저임금 15% 인상 등으로 좌파 진영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멜랑숑 대표는 지난달 17일 프랑스여론연구소·피뒤시알 조사에서 지지율이 10.5%에 그쳤으나 2주 후 15%를 기록했고, 지난 11일 18.5%까지 올랐다. 일부 조사에선 피용을 누르고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진보 성향 잡지 롭스는 "멜랑숑 급부상이 모든 선거 예측을 산산조각냈다"고 했다.

    공화당 피용도 부인·자녀를 보좌관으로 위장 채용해 세비(歲費)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가 최근 19~20%까지 회복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 등 중도 우파 공화당 지지세가 결집한 결과다.

    반면 마크롱과 르펜은 지지율이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7%까지 올랐던 르펜 지지율은 23~24% 정도로 낮아졌고, 마크롱도 최고점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진 23%로 내려앉았다. 일간 르몽드는 "현 판세는 한마디로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투표 당일 21% 안팎에서 결선 진출자가 가려질 전망"이라고 했다.

    막판 혼전의 주된 요인으로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했다는 점이 꼽힌다. 르몽드가 작년 초 유권자 성향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 국민 중 단 12%만이 "기성 정당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각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30%를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후 프랑스 정계를 양분해왔던 공화·사회 양당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는 지지율이 10%에도 못 미쳐 일찌감치 경쟁 구도에서 탈락했다. 아몽과 사회당의 몰락은 극좌 후보 멜랑숑의 인기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정화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정당 간 경쟁이 아닌 개인 간 대결로 변한 것 같다"며 "마크롱이 인기를 끄는 것도 기존 정치권 출신이 아닌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테러와 난민, 실업률 등이 핫이슈가 된 것도 극우·극좌 세력의 부상을 뒷받침했다. 한 현지 외교 소식통은 "과거 대선의 주요 이슈가 경제·복지였다면 이번엔 '안보' 이슈가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경·이민을 통제하자는) 르펜의 극단적 주장이 테러 공포에 시달리는 프랑스 국민과 24%에 달하는 실업률로 고통받는 젊은층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극우·극좌 포퓰리즘의 돌풍에 중도 진영도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중도우파인 공화당 피용이 결선 진출의 불씨를 되살리고, 정치적 기반이 전무한 마크롱이 지지율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극단 세력의 집권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낀 중도 유권자들이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피용은 최근 유세에서 "나를 사랑해달라는 게 아니다. 다만 지지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극우 집권을 막고) 프랑스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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