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앞에선 무뎌지는 檢

입력 2017.04.13 03:10 | 수정 2017.04.13 10:35

[禹와 자주 통화한 수뇌부 뺀채 수사 시늉만… 예고된 영장 기각]

- 불구속 기소? 면죄부 주겠단 뜻
법원'혐의 다툼 여지'있다는 건 수사가 제대로 안됐다는 의미

- "우병우는 살고 검찰은 죽게 생겨"
"검찰 개혁 필요성 더 커졌다" 대선후보 등 정치권 일제히 비판

기각 예상했나 - 지난 1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
기각 예상했나 - 지난 1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 /김지호 기자
우병우(50) 전 민정수석 구속영장이 기각된 12일 검찰 수사팀 관계자들은 일제히 "이해할 수 없다"고들 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굳은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사무실로 올라갔다. 이날 새벽 0시 50분쯤 판사의 영장 기각 결정 소식을 전해 듣고 기자들에게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며 미소 띤 얼굴로 귀가한 우 전 수석의 모습과 대비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쯤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에서 '수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잇따르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검찰은 금주 중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아니면 불구속 기소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영장 재청구는 힘들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7일쯤으로 예상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 시점을 즈음해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검사장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범죄 혐의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이대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긴다는 것은 결국 '면죄부(免罪符)'를 주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했다.

침묵 출근 - 김수남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새벽 법원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불구속 기소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침묵 출근 - 김수남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새벽 법원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불구속 기소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처음부터 우 전 수석 수사에 마지못해 하는 시늉만 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수사는 현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검찰 관계자들과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데 검찰이 사실상 이들에 대한 수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우 전 수석 처가(妻家) 비리 등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겉으로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의식해 수사에 나섰지만 정작 내부적으로 검찰 출신인 우 전 수석 비리를 파헤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은 작년 7월 중순 처가 소유의 서울 강남땅을 넥슨과 거래하는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지난해 10월 무렵까지 김수남 총장과 10회 이상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그해 10월 청와대에서 '최순실 게이트' 은폐 대책회의가 열렸을 무렵엔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통화했고, 김주현 대검 차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도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생략한 채 "통화한 것만으로 무슨 죄가 되느냐"며 "우 전 수석을 상대로 통화 내용을 조사했지만 추가 조사를 해야 할 만한 혐의점이 없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이 2014년 광주지검의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혐의와 관련한 수사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법무부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현장에 출동한 해경 123정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검찰 내에선 정설(定說)로 굳어져 있다.

정치권에선 '우병우 영장 기각'을 놓고 "검찰 개혁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부실했거나, 법원이 형평성을 외면했거나, 국민이 기대한 사법 정의를 배신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검찰이 자기 식구를 위해 면죄부형 영장 청구를 한 게 아니냐"고 했고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우병우 사단이 검찰의 주(主)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검찰 주변에선 "우병우는 살고 검찰은 죽게 생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인물정보]
우병우 구속영장 또 기각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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