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역사 속 숨은 영웅

"독립 위해 日과 직접 싸우겠다" 미 해군 장교 안수산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歷史)를 배우고 위인전도 읽지만, 길고 긴 역사 속에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영웅들을 다 알지는 못한다.
독립운동에 온 생을 바쳤던 도산 안창호의 장녀 안수산, 그는 "조국 독립을 위해 일본과 직접 싸워야겠다"며 군인의 길을 간 여걸이었다.

  • 구성 및 제작= 뉴스큐레이션팀 오현영

    입력 : 2017.04.21 08:04


    안수산, 키워드로 보는 이야기

    '독립을 위해선 일본과 직접 싸워야겠다'
    1940년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안수산 여사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1942년 미 해군에 입대했다. 동양인이라 한 차례 거부당하면서도 기어이 사관후보생이 되었고, 미 해군 역사상 첫 여성 장교가 됐다. '키 작은 아시아 여성'이라는 편견에 늘 부딪혀야 했지만, 후방 지원부서가 아닌 전투병과를 자원해 대공포병 장교로 활약했다. 그는 성·인종 차별주의와의 싸움이 가장 격렬했던 자리를 스스로 선택해 주눅들지 않고 맞선 개척자였다.

    "일본에 맞섰던 아버지의 싸움을 이어가기 위해서였죠. 당시만 해도 여성에다 동양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힘겨웠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해서 이를 악물고 일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안 여사는 1943년 미 해군 장교학교를 졸업하고, 포격술 장교(Gunnery Officer)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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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오른쪽 안수산 /여성가족부 블로그
    그는 1946년까지 만 5년을 군에 머물며 포병 교관으로, 해군정보국 암호 해독요원으로 일했다. 인종차별 탓에 6개월 동안 암호해독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으나, 결국 능력을 인정받아 암호해독가로 활약했다. 주로 정보 부서에서 고급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종전 이후 예비역 대위로 전역한 안 여사는 국가안보국(NSA) 비밀정보 분석요원이 되어, 육아 때문에 퇴직한 1959년까지 국방 등 정보분야에서 일했고 말년에는 부서장을 맡아 300여 명의 요원을 거느리기도 했다.
    [기자수첩] 서대문 현충사 못지않게 부끄러운 일

    "내 아버지 도산은 한국인 모두의 아버지"
    19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안 여사에게 아버지 도산 안창호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그녀가 감수성 많은 소녀일 때 도산이 독립운동이나 임시정부 활동 때문에 집을 자주 비웠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혜련 여사가 "아버지는 너만의 아버지가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아버지"라며 달랬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아버지, 아버지 친구분과 함께 LA 동쪽 윌슨 산으로 소풍을 갔어요. 다른 아이들과 놀고 있다가 보니 아버지가 그 친구분과 함께 애국가를 쉴 새 없이 부르셨어요. 계속해서 부르고 또 부르고… 그러다 결국에는 엉엉 소리 내서 우시더군요. 저도 영문도 모른 채 그냥 슬퍼서 같이 따라 울었어요. 아마 그때야 아버지의 삶을 언뜻 이해하게 됐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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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 안창호(왼쪽), 임시정부 국무원들과 함께 한 도산(1919.10) /조선 DB
    안 여사는 아버지가 남긴 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어디서나 어떤 순간이나 진실만큼 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아버지 사진을 5장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감옥에 갇혀 죄수복을 입은 채 찍은 사진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였다.

    1925년 도산이 상해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 /'무한도전' 방송 캡처

    "내 아버지 도산은 한국인 모두의 아버지"
    "수많은 韓人 관중 보니 아버지가 더 그립습니다"

    아시안 최초의 할리우드 배우 오빠에게 배운 한국 정신
    할리우드에 최초로 진출한 한국인 배우 안필립은 1935년에 데뷔해 200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도산 안창호의 큰 아들이며 안수산 여사의 오빠다. 필립(必立)이라는 이름에는 조국을 반드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도산 안창호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나는 비록 미국에 살고 있지만, 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 - 안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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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 안창호 가족 : 앞줄 왼쪽부터 안수라, 이혜련, 안수산, 뒷줄 왼쪽부터 안필영(Ralph Ahn), 안필립, 안필선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안수산, 한국 정신으로 키워온 애국심 


    안수산, 후대의 이야기

    미국 타임지 '이름없는 여성 영웅 (Unsung women of history)' 선정
    타임지에 실린 기사 /여성가족부 블로그

    2016년 안 여사는 타임지가 선정한 '이름 없는 여성 영웅(Unsung women)'으로 뽑혔다. 타임지는 그가 "신뢰할 수 있는 용감한 장교이자, 늘 인종차별을 겪었음에도 미국을 위해 봉사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한 세대를 대표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6년에는 '아시안 아메리칸 저스티스 센터(AAJC)'가 수여하는 '아메리칸 커리지 어워드(American Courage Award)'를 한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 LA카운티 정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기일인 3월 10일을 '안수산의 날(Susan Ahn Cuddy Day)'로 선포했다.

    안창호의 손자·안수산의 아들, 필립 안 커디

    커디씨는 도산의 장녀인 안수산 여사의 아들이다. 그는 도산에 관한 연구·기고 활동을 해왔으며, 독립운동 활동과 업적을 알리는 강연회를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도산 안창호 선생을 독립운동가로 기억하지만 정진사상과 교육개조를 주장한 사회사상가라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며 "특히 안창호 선생은 교육을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무실, 역행, 충의, 용감 등 안창호 선생의 4대 정신을 배양하도록 했다. 흥사단을 설립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커디씨는 "미국에서도 도산 선생의 뜻을 기려 LA에 우체국과 인터체인지에 안창호 선생의 이름을 명명했다"며 "절반의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나는 할아버지의 뜻을 잘 계승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앞으로 그의 사상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조부 島山 덕분에 70년대 장발 단속 피했죠"
    "평양사람 피 흐르는 내게 북한, 남의 일 아냐"
    [독립유공자-후손] 안창호 선생 외손자 필립 안 커디씨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다룬 안창호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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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 방송 캡처

    지난 2016년 8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캘리포니아 LA 특집'으로 도산 안창호의 흔적을 짚었다. 이날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코리안타운 내 위치한 인터체인지, 우체국, 한인회관 모두 도산 안창호의 이름을 딴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 아니라 안창호의 막내 아들인 안필영(97)과 안수산의 아들이자 안창호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를 만나 대한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안창호 집안의 정신과 업적을 기렸다.

    도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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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공원 /한국관광공사
    도산공원은 1973년 도산 안창호의 애국정신과 교육정신을 기리고자 조성된 공원이다. 안창호와 부인 이혜련의 묘소, 동상, 기념관, 말씀비, 체육시설 등이 있다. 연중무휴 24시간 무료로 문을 열고, 매년 3월 10일 흥사단과 도산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추모기념행사가 열린다.

    -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20(도산공원)
    - 문의 : 02-3423-6285

    * 참고= 여성가족부,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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