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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남원점에 무빙워크가 없는 까닭

    입력 : 2017.04.11 23:00

    [손님 22%가 65세 이상… 초고령화 시대 맞춤형 마케팅 눈길]

    어르신들 무거운 대형 카트 밀며 무빙워크로 이동 힘들어 해
    장바구니 크기 작은 카트 준비… 층간 이동 땐 엘리베이터 이용

    신제품보다 예전 인기 모델 많고 두유 코너가 다른 매장의 2.5배

    소화 잘되는 죽 등 유동식이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잘 팔려
    가전매장엔 안마의자·혈압계

    지난 10일 오전 10시 전북 남원시 왕정동에 있는 이마트 남원점. 매장은 지하 1층에 있지만, 무빙워크가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했다. 카트는 다른 매장의 절반 크기이다. 이 시간대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두 명 중 한 명은 65세 이상이었다. 카트 대신 장바구니 겸용 '실버 보행기'를 이용하는 고객도 많았다. 매장 규모는 2764㎡로 이마트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점 매장(18162.7㎡)의 7분의 1 수준이었다.

    임홍영 이마트 남원점 지원팀장은 "처음 문을 열었던 1997년에는 무빙워크 설치가 안 돼 있었는데, 이후 여러 번 검토했으나, 어르신들이 큰 카트를 갖고 무빙워크로 이동하는 걸 힘들어한다고 판단해 엘리베이터 2대만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남원점 매장 고객들은 대부분 자주 방문해 조금씩 물건을 사기 때문에 큰 카트나 무빙워크가 없어도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장을 보던 할머니들이 화장품 매장 앞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장 보다 이웃 만나면… 마트가 사랑방으로 - 지난 10일 오전 10시 전북 남원시 왕정동에 있는 이마트 남원점. 장을 보던 할머니들이 화장품 매장 앞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이‘장바구니 겸용 실버 보행기’. 의자 부분 지퍼를 열면 장을 본 물건들을 담을 수 있다. /이마트
    이마트 남원점의 전체 고객 중 65세 이상이 22%를 차지한다. 전북 남원시의 고령화율(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은 23%이다. 이 때문에 이마트 남원점은 매장 구성과 고객 서비스, 행사를 고령층에 맞춰 진행한다. 1일 방문자 수는 1500~1800명. 1인당 객단가는 낮지만, 고객들의 충성도는 높은 편으로, 연간 매출은 192억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40년에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이마트 남원점은 우리나라 2040년 대형마트의 평균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마트 남원점은 언뜻 보면 '옛날 매장'을 떠올리게 한다. 신제품보다는 예전 인기 모델이, 수입 제품보다는 국산 제품이 더 눈에 띄었다. 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어르신 분들은 익숙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신제품이 적다"며 "유아용품보다는 노인용품이, 기호식품보다는 건강식품이 주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산품 코너 벽면 한쪽에 있는 '두유 코너'였다. 규모가 큰 다른 매장보다도 2.5배 크기라고 했다. 대신 아기들을 위한 분유 코너는 그 옆에 4분의 1 규모로 진열돼 있었다. 옆에는 '크림빵' '옥수수빵' 등 양산빵이 진열돼 있었다. 커피·차류에는 홍삼차가 커피보다 종류가 많았다.

    최근 세제나 비누 트렌드는 액상이지만, 남원점에는 사각 비누, 가루 세제가 제일 앞에 놓여 있었다. 영어가 쓰인 외국 브랜드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흰머리용 염색약도 눈에 띄게 진열돼 있었다. 마트는 대용량이 기본이지만, 이곳 물건은 대부분 소용량이다. 옆에 가전매장으로 이동하니 안마의자와 혈압계, 체온계 같은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신선식품 내 수산매장 위에는 '어식백세 수요일엔 건강 수산물과 함께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시식 코너 앞에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 '피코크 간편 가정식'이 있었고, 대부분이 죽, 카레, 짜장이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피코크 디저트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화가 잘 되는 죽 등의 유동식이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남원점 외에도 전체 매장에서 60대 이상의 고객 수 비중이 2013년 9.5%에서 지난해 12.5%로 매년 높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전국 매장에 건강식품 코너를 만들어 섭취하기 편한 식품을 한곳에 모아두고, 안마 의자 등 실버 가전 분야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안마의자 매출은 2015년 15.4%에서 지난해 24.5%로 증가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산업계에서 비즈니스 주요 타깃이 중장년층에서 고령세대로 옮아가는 현상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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