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심판 행세 'TV 시청자들' 그린재킷도 벗길뻔했다

    입력 : 2017.04.12 03:05

    [또 골프 규정위반 '시청자 제보']

    가르시아 13번홀서 주변 정리中 살짝 공 움직인 듯한 화면 확산
    조직위 "룰 위반 없었다"

    - 선수도 전문가도 의견 엇갈려
    판정 소급적용 여부가 가장 논란… 끝난 경기 결과 바뀌면 대혼란

    인간이 인지하기 힘든 미세한 공의 움직임까지도 잡아내는 초고화질 TV 시대. 그리고 시청자 제보를 바탕으로 경기위원회를 열어 경기가 끝난 뒤에도 벌타를 부과해 결국 챔피언까지 바꾸는 골프의 룰 적용. 이건 골프의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제대로 지키는 타당한 방법일까? 지나치게 원리원칙에만 얽매여 선수들을 옥죄는 것은 아닐까?

    테니스와 배구·야구 등에서 오심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다양한 기술이 대체로 선수와 팬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는 데 비해 골프에선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다.

    문제의 그 장면 - 가르시아가 공 주변을 정리하다 공이 살짝 움직이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문제의 그 장면 - 가르시아가 공 주변을 정리하다 공이 살짝 움직이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위터 캡처
    10일 막을 내린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대회 '73전 74기'의 감동 드라마를 빚어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TV 시청자의 제보로 벌타를 받을 뻔한 사실이 하루 뒤 밝혀졌다. 렉시 톰프슨의 '4벌타' 사건에 이어 TV 시청자가 경기 결과를 바꿀 뻔한 상황이 1주일 만에 또 벌어진 것이다.

    가르시아가 4라운드 13번홀(파5)에서 공 주변을 정리하다 공이 살짝 움직이는 듯한 장면이 TV 화면에 잡혔고, 이 장면을 담은 2초 분량의 동영상이 트위터 등으로 확산됐다. 마스터스대회 조직위원회는 곧바로 경기위원회를 열고 "룰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만일 시청자 제보를 받아들였다면 가르시아는 오소(誤所·잘못된 장소라는 의미) 플레이에 해당돼 2벌타를 받고 연장에도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건을 둘러싼 골프계의 논란은 네 가지로 압축된다. TV 시청자가 심판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나중에 승패까지 뒤집는 게 온당한 것인가, 선수도 모르는 실수를 찾아내는 건 옳은 일인가, 이 같은 결정이 심판 없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경기하는 '골프 정신'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입장에 따라 의견은 엇갈린다.

    타이거 우즈와 리디아 고 등 선수들 대부분은 "TV 시청자가 경기에 개입해선 안 된다. 시청자 제보를 활용하지 않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칙을 적용하는 골프 단체의 의견은 달랐다. 김태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경기위원장은 형평성의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 TV 시청자 제보도 받아들여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넓은 운동장을 사용하는 골프의 특성상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규정을 위반해 이득을 보는 선수가 있다면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톰프슨 사건 때도 LPGA 측은 "어떤 상황에서든 규정을 위반했다면 처벌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었다.

    원형중 이화여대 체육학부 교수는 "아날로그 시대의 원칙을 디지털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선수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심각한 규정 위반이 아닌데도 고화질 TV로 잡아낸 장면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가장 뜨거운 논란은 판정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승패까지 바꾸는 것)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임경빈 골프아카데미원장은 "골프는 사실상 심판 없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사후 처벌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경기가 끝난 뒤 결과를 바꿔 버린다면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했다. 김태연 KPGA 투어 경기위원장도 "경기를 마치고 난 뒤 벌타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라운드가 진행 중일 때에는 어떤 제보라도 받아들여야 하지만, 일단 끝나고 나면 축구나 야구 등 다른 스포츠처럼 경기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골프전문매체인 골프닷컴은 "R&A(영국왕립골프협회)와 USGA(미국골프협회)가 최근 골프 규칙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는데도 골프 선수들을 괴롭히는 '룰의 대실패'가 계속되고 있다"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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