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홈런’ 이정후 롤모델? 아버지 아닌 이치로

  • OSEN
입력 2017.04.09 01:55


[OSEN=잠실, 서정환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19, 넥센)가 목표로 삼는 선수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넥센은 8일 오후 서울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2차전에서 이정후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 두산을 13-10으로 잡았다. 넥센(2승 5패)은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날고 긴다는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야구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이정후는 차츰 상위타선에 얼굴을 내밀더니 7경기 만에 홈런을 때렸다. 그것도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에서 멀티홈런을 날렸다. 

이정후는 2회초 투런홈런으로 프로 1호 홈런을 신고했다. 지난해 15승 투수 유희관의 5구 커브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볼카운트 2-2에서 우측 높은 볼이 들어왔지만 이정후는 주저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두 번째 홈런은 더 극적이었다. 넥센이 10-7로 앞선 9회초. 이정후는 박동원과 김하성을 주자로 두고 김성배의 2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120m짜리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두산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 대형홈런이었다. 넥센은 13-7로 달아나 승리를 굳혔다. 이정후 혼자 5타수 3안타 4득점 5타점 2홈런의 괴물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를 위해 덕아웃을 찾았다. 이정후는 막내답게 배트정리에 한창이었다. ‘인터뷰 먼저 해도 된다’는 구단 직원의 말에 “버스에서 형들이 기다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 집으로 퇴근을 해야 하는데 자기 짐을 실은 버스가 먼저 떠날까 불안했던 것. 결국 구단 직원이 나서 짐을 빼주겠다고 하자 웃음을 되찾았다. 영락없는 막내였다. 

첫 홈런 소감을 묻자 이정후는 “첫 번째 홈런은 그냥 얼떨떨했다. 두 번째 홈런은 치는 순간 알았다”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정후는 불과 7경기 만에 프로 1호 홈런을 양산했다. 한국야구의 대명사 아버지 이종범도 첫 홈런까지 17경기가 걸렸다. 아들은 “아버지보다 내가 나이도 더 어리다”며 한 술 더 떴다. 입담과 배짱 모두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이종범이 잠실구장에서 멀티홈런을 때린 것은 2004년 8월 28일 LG를 상대로 딱 한 번이었다. 아들은 불과 7경기 만에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재밌는 것은 이정후의 롤모델이 아버지가 아닌 '이치로'라는 점이다. 이정후는 “어딜 가나 아버지와 비교를 하신다.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어쩔 수 없다. 초등학교 때 시작은 중견수였다. 감독님이 아버지를 따라 (유격수를) 하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도루도 많이 하고, 수비도 잘하고, 달리기도 엄청 빠르다. 나보고 똑같이 하라고 하니까 혼란이 왔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와 비교하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이 할 때 야구가 더 잘 된다”며 나름의 고충도 토로했다. 

이정후는 ‘유격수’ 이종범보다는 ‘외야수’ 이치로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좌타자라는 점도 닮았다. 이정후는 오른손잡이지만 좌타자가 더 유리하다는 점에 처음부터 좌타자로 타격을 했다. 그럼에도 피는 속일 수 없다. 이정후는 아버지 못지않게 천부적인 타격감각을 뽐내고 있다. 큰 경기에서 위축되지 않는 정신력도 판박이다.

  

천하의 이종범도 1993년 신인왕을 '양신' 양준혁에게 양보했다. 아버지가 받지 못했던 상에 욕심이 날까. 이정후는 “아직 시즌 초반이다. 신인왕은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를 주셔서 감독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 집에 가서 쉬고 싶다”며 빙긋이 웃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이동해 기자 / eastsea@osen.co.kr,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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