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Image] 전 세계 100여권 표지 디자인 중 내가 사랑한 건…

    입력 : 2017.04.08 03:01

    줌파 라히리의 '책이 입은 옷'

    기사 관련 사진
    퓰리처상을 받은 인도 출신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49)는 동네 도서관집 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사서의 딸.

    과잉이었던 미국과 달리, 소녀 시절의 인도 도서관은 가난했다. 줌파의 아르바이트는 표지가 없는 책의 제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파손을 예방하는 딱딱한 하드커버 만들기. 그래야 사람 손을 타도, 줄줄이 빌려가도, 책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으니까. 대신 표지에 아무 정보도 담지 않았다. 작가 사진도, 내용 요약도 없는 비밀의 책.

    줌파의 새 산문집 제목은 '책이 입은 옷'(마음산책 刊)이다. 책 표지에 대한 '유니크'하고 '클래시컬한' 사색. 표지는 책이 입는 첫 번째 옷이다. 내용에 대한 최초의 해석이자, 작가와 독자 사이의 다리. 작가의 말을 보호하는 방패지만, 때로는 잘못된 해석으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인도 전통 의상을 고집했던 줌파의 어머니는,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원했던 딸과 자주 갈등을 빚었다고 했다. 소녀 줌파가 교복을 꿈꿨던 이유다.

    장성한 작가는 지금 원하는 대로 옷을 입는다. 표지도 마찬가지. 전 세계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아 무려 100여 개 책 표지를 경험한 줌파 라히리지만, 그녀는 종종 아무런 정보도 담지 않은 어린 시절의 표지를 꿈꾼다. "독자가 내 책에서 만나는 첫 단어는 내가 쓴 말이기를 원한다"라며. 사진은 제목과 작가 이름만 새긴 미국판 '책이 입은 옷'.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