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壟斷의 뜻을 아십니까

    입력 : 2017.04.08 03:01

    [마감날 문득]

    이역만리(異域萬里)를 2억만리(二億萬里)로 잘못 알고 있는 젊은 친구가 있고, 그 친구가 우리 회사 기자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 찜찜했다. 과연 이렇게 한자를 몰라도 되는 걸까. 우리말에서 한자를 없애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우습기만 할 수는 없었다. 수습기자들을 상대로 강의할 때 '객관적 보도'를 설명하면서 '客觀的'이라고 판서하면 다들 갸우뚱한다. 'objective'라고 쓰면 끄덕끄덕한다. 우리 언어 교육이 제 길로 가는 것일까 회의가 드는 순간이다.

    20년 전 신문에는 한자가 무척 많았다. 모든 사람 이름을 한자로 썼고, 그래서 취재할 때마다 "실례지만 성함을 한자로 어떻게 쓰십니까" 하고 묻는 게 일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한자를 소재로 농담도 많이 했는데 이를테면 옥편을 무시하고 기자들끼리 쓰는 한자 이름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오징어 윤'이었다. 사람 이름에 많이 쓰는 '允'을 그렇게 불렀는데, 원래 '승낙할 윤' 또는 '마땅할 윤'이지만 글자가 오징어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불렀다. '사람이름 설'은 卨인데 '탱크 설'이라고 했다. 그 이유 역시 卨자를 찬찬히 감상하다 보면 알 수 있다. '장정 정(丁)' 자도 기자들은 늘 '고무래 정'이라고 불렀다. 丁자가 고무래라는 농기구처럼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글자는 못을 형상화한 것이다.

    殺자의 독음이 '쇄' 또는 '살'이라는 이유로 "문의 전화가 살도하고 있다"고 하거나 '뇌살적인 미소'라고 하는 것 역시 기자들끼리만 통하는 농담이었다. 이름에 어려운 한자가 포함돼 있으면 일부러 다르게 읽기도 했는데 秦聖昊(진성호)라는 이름의 기자는 '봉성천(奉聖天)으로' 羅鍾顥(나종호)란 기자는 '나종경(羅鍾景)'으로 읽던 시절이었다.

    최순실 때문에 자주 보는 한자가 '농단(壟斷)'이다. 언덕 롱(壟)에 끊을 단(斷)으로 '깎아 세운 듯 높은 언덕'을 뜻한다. 어떤 사람이 시장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고 잘 팔리는 물건들을 사 모은 뒤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독점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이 단어를 '희롱(戲弄)과 헷갈리게 쓰고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 예전처럼 신문에 한자가 많았다면 금세 뜻을 알았을 것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